국내 100여명, 질병토드조차 없는 극 희귀질환... 5년 내 사망률 40% 임에도 치료법 없어, 임시방편 수혈

8일열린사노피한랭응집소병미디어세미나에서삼성서울병원혈액종양내과장준호교수가질환의특성을소개하고있다.
8일열린사노피한랭응집소병미디어세미나에서삼성서울병원혈액종양내과장준호교수가질환의특성을소개하고있다.
냉장고 문만 잘 못 열어도 극심한 빈혈이 유발되는 질환이 있다. 찬 바람에 닿을 수 없어 한 여름에도 옷과 양말을 두세겹씩 껴입는 것은 기본이며 에어컨 바람도 절대 금물이다. 체온이 조금만 내려가도 몸 속의 적혈구가 파괴되어 극심한 빈혈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사망률이다. 발병 5년 내 사망률은 40%, 암 평균 사망률을 웃돈다.

8일, 희귀질환인 ‘한랭응집소병’(Cold agglutinin disease, CAD)의 이해를 위한 사노피 미디어 세미나가 열렸다. 이 질환 환자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한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연자로 나서 질환을 소개했다.

체온이 조금만 떨어져도 적혈구 파괴, 일상생활 안돼

한랭응집소병은 체온이 정상범위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혈액이 파괴돼 빈혈이 유발되는 자가면역 혈액질환이다. 인구 100만명 당 약 1명에서 발생하는 정말 보기 드문 극희귀질환으로 국내에서는 100여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인 이유는 이 질환이 질병코드조차 등록되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 집계가 어려운 까닭이다. 알려지지 않은 극히 희귀한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자신의 질환을 알기도 어렵다. 철저한 치료 사각지대에 놓은 질환인 것이다.

이 질환은 한랭응집소라는 자가 항체가 적혈구에 결합하며 발생한다. 체온보다 온도가 낮아지면 면역체계는 이 항체가 결합된 적혈구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이런 식으로 온도가 낮아질 때 마다 적혈구가 파괴되며 극심한 빈혈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환자들은 일생동안 낮은 온도를 피하는 싸움을 해야 한다. 여름에 에어컨은 물론이고, 차가운 물도 마실 수 없고 심한 경우 냉장고를 여는 것도 어렵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은 외출자체가 불가능하다. 낮은 온도에서 이들은 가벼운 집안일조차 어려울 정도의 피로감으로 평범한 일상 유지조차 어렵다. 실제로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피로감 점수(FACIT-Fatigue score)는 32.5점으로 삶의 질을 열악하게 만드는 수준이며, 이는 진행성 암 환자의 피로감 점수(28-39점)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외에도 관절통, 두통 등 빈혈로 인한 쇠약증상을 달고 살아야 한다.

혈전증으로 5년 내 사망률 40%, 암 평균보다 예후 나빠

생존률 마저 낮다. 장준호 교수는 “한랭응집소병 환자들의 5년 내 사망률이 40%에 이르는데 이는 암평균 5년 생존률 예후보다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에서 2013년 덴마크 국립 환자 등록부에 등록된 인구를 대상으로 한랭응집소병에 진단된 환자군(n=72명)과 비 한랭응집소병 진단 인구(n=720명, 60세 이상 인구 비율 76.39%)의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1년 및 5년 사망률은 각각 17%와 39%로 비교군의 3%와 18% 대비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사망 위험 평가를 위한 민감도 분석 시 진단 후 첫 5년간 사망률은 3배 높게 나타났으며,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평균 생존여명은 8.5년에 그쳤다.

한랭응집소병은체온이조금만떨어져도혈액이파괴돼빈혈이유발되는자가면역혈액질환으로극희귀질환이다.
한랭응집소병은체온이조금만떨어져도혈액이파괴돼빈혈이유발되는자가면역혈액질환으로극희귀질환이다.
주요 사망원인은 혈전증이다. 이 질환 환자들의 혈전 발생률은 일반인의 2배다. 장준호 교수는 “일반적인 혈전증의 경우 항혈액응고제를 투약할 수 있지만, 한랭응집소병으로 인한 혈전증은 응고만이 원인이 아니라서 항응고제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마땅한 치료책 없어, 수혈 반복하며 임시방편

한랭응집소병은 이토록 위험하지만, 극희귀질환이라 의료진도 잘 모를 정도로 질환 인지도가 낮다. 그렇다 보니 환자들이 한랭응집소병의 증상에 대해 몰라서 진단이 지연되거나, 진단 전까지 여러 번의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힘들게 진단을 받게 되더라도 국내 한랭응집소병에 허가된 약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국내에서 허가된 치료법은커녕, 질병코드조차 아직 부여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은 치료에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허가 약제와 반복적인 수혈로 빈혈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철저하게 진료 사각지대에 놓인 질환인 것이다.

다행이 최근 보체를 표적으로 하는 한랭응집소병 치료제가 연구개발되고 있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장준호 교수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보체표적치료제가 투약될 경우 혈전증의 위험이 크게 낮아져 생존률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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