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을 절대적으로 오류가 없어야 하는 존재로 오판해 비판하는 것은 곤란... 시원한 비전문가의 말보다 답답해도 전문가인 질병관리청의 말을 신뢰하길

유현재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매스컴학박사,보건정책석사)
유현재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매스컴학박사,보건정책석사)
이번 달, 아니 최소한 다음 달까진 지켜봐야 한다 등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언론 또한 연일 그 시점에 대해 나름의 예상을 내놓았고, 일반인에서 전문가들까지 똑같은 사안에 대해 참으로 많은 시각을 나타냈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한 이야기이며, 마침내 정부는 1월 30일 0시 부로 마스크 착용 의무를‘권고’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련 보도에서는 코로나19의 엔데믹화, 즉 풍토병으로의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으며, 확진자에게 요구되던 자가격리의 단축 혹은 폐지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표를 봐도, 지난 1월 25일 국내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는 13주 만에‘낮음’단계로 평가되기도 했다. 수요일 기준 29주 만에 일일 확진자 최저치인 1만 9538명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고 말이다.

일반화 할 수야 없겠지만, 이젠 주변에서 예전처럼 코로나에 걸릴까 노심초사에 전전긍긍하는 생활패턴은 거의 사라진 느낌도 든다. ‘코로나 종식’이란 선언은 어디에도 없지만, 뭔가 분명히 감염병의 서슬이 퍼렇던 시기가 지난 것은 확실해 보인다는 뜻이다.

과연 그렇다면, 도대체 이 코로나19 라는 지긋지긋한 위협은 끝난 것일까, 아니면 진행형일까?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세계 각국도 이토록 애매한 시기를 놓고‘위드코로나’등 신개념을 만들어 부르고 있는 중이다. 우리 말로는 감염병 시대, 감염병과의 공존 정도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절대로 예전처럼 속수무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험인자가 모두 사라졌다고 할 수 없는 시대에 즈음하여, 우리 일반인들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 연구자 입장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해보려 한다.

첫 번째, 코로나19 발생이 어느덧 만 3년 경과되는 시점에서, 이번 감염병 앞에 왜‘신종’이란 말이 붙었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보자는 제언을 해본다. 신종은 말 그대로 생전 처음 튀어나왔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곧, 우리에게 다양한 조언을 주는 감염병 전문가들 또한, 처음 접하는 형태의 감염병일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전문가들을 절대적으로 오류가 없어야 하는 존재로 몰아붙이며 신뢰와 비판을 임의로 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혼란과 미지의 신종 바이러스에 대하여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선의 조언을 제공하는 그들의 말을, 일단은 신뢰하며 행동에 적용하는 ‘버릇’만이 위드코로나를 견뎌내는 방법이라 믿는다.

두 번째, 감염병 시기 정부의 정책과 원칙들에 상호 혹은 전후 모순이 발견되어도, 차라리 당연하다는 이해의 마음을 좀 갖자는 제언이다. 예를 들어 실내 마스크 착용은 유지하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벌어지는 노마스크 상황은 눈감는 등, 도대체 앞뒤가 안 맞는다며 무조건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정책 담당자들에게 다소 가혹한 비판이 아닐까 싶다. 그들도 일부 정책에서 모순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을까? 방역에 있어 과학뿐 아니라 경제, 최소한의 일상 유지, 기본권 등 비과학에 속하는 부분 또한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고충을 이해하자는 이야기다. 본격적인 위드코로나 시대가 열리며, 어쩌면 더욱 다양한 형태의‘모순적’정책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창궐도 종식도 아닌 애매한 시대, 상당한 포용의 자세를 동원하며 함께 극복하려는 마음이 소중하다고 믿는다.

끝으로, 정치인이나 평론가의 코로나 관련 주장에 쉽게 휘둘리지 말자는 간곡한 제언을 해본다. 선거 때는 물론, 평소에도 정치인들은 코로나 관련 제한들에 대해 이것도 풀자 저것도 자율로 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말을 꺼내기 일쑤다. 표를 얻고 싶고, 코로나19 때문에 제한되는 삶이 답답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구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뇌피셜을 동원해 정책의 폐기를 주장하는 것이다. 미디어에 매일 같이 등장하는 정치 평론가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방금 전까지 정치 뒷담화를 쏟아놓던 사람들이, 독감 수준인 코로나에 마스크 의무가 웬말이냐며 방역훈수까지 둔다. 이런 분들은 재유행이 찾아오고 변이가 발생해 위급 상황이 벌어져도, 정책의 효과적 적용이 미비했다며 두루뭉술 비판할 가능성이 높은 비전문가들이다. 절대로 휘둘리지 말기를 바란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예전 같지 않아 위드코로나 혹은 엔드코로나로 부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WHO가‘비상’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치명적 감염병이다. 국내 감염병 위기경보 또한 여전히‘심각’단계이고 말이다. 일부 정치인과 평론가들은 카더라 수준 혹은 제한된 정보원에 의해 이런저런 주장을 하겠지만,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정책을 생산하는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의 판단이 생활의 유일한 기준이어야 할 것이다.

듣기엔 정치인의 말이 시원할지도 모르지만, 갑갑하고 조심스러워도 전문가인 공무원들의 지침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제 곧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뀌며, 확진 후 7일인 격리 기간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감염병과의 공존 시대, 참으로 애매하고 헷갈린 시간이지만, 현명한 정보 분별과 생활 속 조심조심이 최고의 미덕이라 믿는다.

* 오피니언 칼럼 ‘유현재 교수의 헬스잇쓔’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매월 마지막 월요일, 건강과 의료, 보건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현안 이슈들을 다루어볼 예정입니다. 미디어와 보건정책을 전공하고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겸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기업 HOWs 대표로 활동 중인 유현재 박사가 집필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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