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4대 대통령인 아이젠하워(1890~1969년)는 기술발달과 물질적 풍요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삶은 철기시대, TV디너 등으로 상징될 수 있다, 그의 풀네임은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auer다. 흔히 이름으로 말하는 아이젠하워는 성(姓)이다.
그의 혈통을 알리는 아이젠하워의 뿌리는 독일어 Eisenhauer이다, 뜻은 쇠(Eisen)를 연마하는 사람(Hauer)이다. 아이젠하워는 스위스계 미국인이다. 성씨로 볼 때 그의 조상은 철기시대의 산업 혁명과 관계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당시에 첨단산업 종사자나 첨단산업을 주도한 가계라고 할 수 있다.
아이젠하워는 시대를 잘 타고 났다. 그가 군인과 정치인으로 성공한 시기인 1940년대와 1950년대의 미국은 국력이 세계 으뜸으로 자리매김됐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 비약적인 경제 호황을 누린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도 GNP가 2배 이상 신장 됐다. 무엇보다 두 차례 전쟁 때 미국 본토에서는 전투가 없었다. 반면 유럽은 전쟁터였다.
그 결과 패전국 독일은 물론 전승국 영국과 프랑스의 국토도 황폐화 되었고, 각 나라는 막대한 빚을 지게 됐다. 반면 미국은 산업시설이 건재했고, 빌려준 돈도 넘쳐났다. 2차대전 후의 미국은 지구촌 총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세계 초일류국가로 변해 있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또는 러시아와 함께 형성된 4톱(4Top) 또는 5톱(5Top) 체제가 마무리되고 원톱(1Top)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이젠하워는 1944년 6월 6일, 2차대전의 승부처가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켰다. 연합국 사령관인 그는 단순 명료한 확신의 리더십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후광은 대통령 당선으로까지 이어졌다. 미국 국민 영웅인 그는 정책을 펼칠 때도 인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업무 성과를 실무진에 돌릴 수 있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의 성공시대는 산업발달과 물질의 풍요가 큰 역할을 했다. 2차대전 때 미국은 건재한 산업시설에서 폭풍처럼 빠르고 많은 양의 군수물자를 생산했다. 그가 연합국 사령관이 된 것도 미국이 대규모 물자와 병력을 동원한 덕분이었다. 세계적 명사로 떠오른 아이젠하워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사령관에 이어 1952년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4년 후에는 재선에도 성공한다.
이 무렵 미국의 식탁에는 주요한 변화가 있었다. TV 디너(Tv-Dinner)의 등장이 그것이다. 미국의 텔레비전 정기방송은 1939년 시작됐다. 첫 방송은 독일(1935년), 영국(1937)에 뒤졌지만 텔레비전 사업은 194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 성장을 했다. 1952년에는 미국 가정의 절반이 TV를 보유하게 됐다. 시민들은 저녁마다 TV수상기 앞에 모였다.
많은 사람은 TV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녁을 먹은 뒤에 줄곧 텔레비전을 마주했다. 또 TV를 보기 위해 저녁을 간단히 먹기도 하고, TV 시청하면서 간단한 주전부리를 계속 입에 넣었다. 이 같은 문화는 티비디너(TV dinner)라는 신조어와 그와 관련된 상품을 만들게 했다.
1953년 식품회사 스완슨은 TV에 열광하는 시민들에게 TV디너를 출시하고, 특허 상품 등록도 했다. 주전부리 간식이나, 데우기만 하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포장 식품이다. 이 식품은 요리가 필요 없고, 번거로운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됐다.
대량소비 시대의 TV 디너 물결은 편리한 식판 개발로도 이어졌다. 쇠고기, 달걀, 프라이드치킨, 채소, 디저트 등을 채워서 오븐에 굽기만 하면 식판이 생산됐다. 사람들은 눈으로는 TV의 프로그램을 보고, 손으로는 무릎 위의 식판에서 음식을 먹었다. 먹은 뒤에는 식판을 옆으로 밀어놓고, 계속 TV를 보는 삶이었다.
아이젠하워의 식성은 소탈한 편이었다. 전쟁 중에는 쇠꼬리 수프를 즐겼고, 평소에는 햄버거를 자주 먹었다. 가끔 바비큐, 펜실베이니아 더치, 쇠고기스튜 등을 직접 요리했고, 종종 야외 바비큐 파티도 열었다. 화려한 음식과는 거리가 있었다.
서민적인 입맛인 아이젠하워는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TV 디너에도 푹 빠졌다. 저녁마다 아내 마미와 함께 TV를 시청했다. 그의 무릎에는 스테이크, 감자와 채소로 만든 해시 등이 담긴 쟁반이 있었다. 시민들과 똑같은 TV디너였다.
TV디너는 요즘으로 표현하면 간편식, 혼밥(혼자먹는 밥)이다. 이 같은 식습관은 비만을 부르기 쉽다. 밤에 음식을 먹고, 운동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와 간식은 밤에는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즉석음식 중에는 냉동과정에서 일어나는 맛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더 많은 당과 지방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뱃살이 증가될 수도 있다. 살이 찌면 각종 성인병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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