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신종합동물병원안태영수의사
화신종합동물병원안태영수의사
반려동물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아픈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격이 소심한 아이들은 자신이 아픈 것을 숨기기도 한다. 그나마 피부나 귀, 눈 등 육안으로 확인하기 쉬운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나 잘 보이지 않는 곳 특히 구강에 생기는 질환은 상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구강 질환인 구내염은 반려묘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모두 걱정하고 있는 질병 중 하나일 것이다.

구내염은 강아지에게도 생기지만 고양이에게 더 잘 발생하는 질환이다. 구내염에 걸린 고양이는 반려묘뿐만 아니라 평소에 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입 주변이 유난히 지저분한 길냥이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아이들을 구조해 동물병원에 데리고 와 확인해 보면 대부분 구내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구내염이란 입 안에 생기는 염증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로 증상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그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질환은 치아흡수성병변(FORL)과 난치성 구내염(LPGS)이다.

치아흡수성병변(FORL; Feline Odontoclastic Resorption Lesion)은 치아의 뿌리가 녹아 턱뼈에 흡수되어 점점 소실되는 질환이다. 발병률이 50%에 이를만큼 고양이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치아흡수성병변이 있는 아이들은 치과방사선촬영을 했을 때 이빨을 파괴하는 상아질파괴세포(파치세포)에 의해 치아 군데군데 불규칙한 구멍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파치세포는 젖니의 뿌리를 흡수해 영구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이렇게 치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난치성구내염(LPGS; Lymphocytic Plasmacytic Gingivitis Stomatitis)은 구강 점막에 심각한 염증과 궤양이 지속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염증이 잇몸뿐 아니라 혀, 목구멍, 입천장 등 입안 전체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아이가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겪어 자연스럽게 기력이 저하되고 활동성이 떨어지며 체중이 줄어든다.

두 가지 질환 모두 증상이 약하거나 마취 및 발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약물 치료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약물 처방은 근원적인 치료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의 통증을 경감시키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다면 치아를 모두 뽑아내는 ‘고양이 전발치’ 치료를 권한다. 전발치는 1차적으로 어금니를 발치하고 경과를 지켜본 뒤 2차로 전치와 송곳니를 발치한다.

반려묘의 치아를 모두 제거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보호자들이 있는데 고양이는 치아가 없더라도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아픈 치아를 발치하지 않고 계속 방치하면 치통으로 인해 아이들은 고통 속에서 더 힘들어 할 것이다. 실제로 동물병원에 전발치 수술을 위해 많은 길냥이, 집냥이들이 왔었다. 이 아이들 모두 전발치와 간단한 입원 치료만 진행했는데 건강 상태가 눈에 띌 정도로 개선되었다.

구강질환은 조기 진단과 평소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대표적인 관리 방법으로는 칫솔질과 정기적인 스케일링이 있다. 건강한 아이들은 생후 1년 전후부터 잇몸 질환이 걱정되는 아이들은 생후 6개월부터 스케일링을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 또한 아이들이 동물병원을 싫어한다고 해서 방문을 미루지 말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신체검사만이라도 받기를 바란다.

(글 : 화신종합동물병원 안태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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