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송(北宋)의 문학가이자 정치가인 소식의 자는 자첨(子瞻)과 화중(和仲)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다. 흔히 소동파로 불리는 그는 당대 최고의 시인이며 서예가다. 그의 시에서는 철학적 고민이 두드러진다. 남성적이며 서사적이다.
그 무렵에 일반적이던 여성적이며, 서정적 시류와는 다른 새로운 시풍((詩風)을 물결치게 했다. 소동파의 대표작은 유배지에서 쓴 적벽부(赤壁賦)다. 시에는 절경의 찬미와 함께 인생의 철학이 담겨있다.
소동파의 문학세계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고려와 조선의 상당수 문인이 그의 시에 푹 빠졌다. 고려의 학자 이규보는 "과거에 합격한 선비들이 문학 공부를 하면서 소동파의 시에 매료된다“고 했다.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은 자신과 동생(김부철)의 작명 때 소식과 소철(蘇轍) 형제의 이름자를 따왔다.
세종 때의 화가 안견은 소동파를 생각하며 적벽도(赤壁圖)를 그렸고, 퇴계 이황은 소동파의 문장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글을 짓는 데 모범으로 삼을만 하다”고 칭찬했다. 많은 선비가 적벽부를 줄줄 외웠다. 이 같은 소동파 앓이에 대해 조선 중기의 심수경 허균 등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고려와 조선이 사랑한 소동파는 국제정세에 어두운 인물이었다. 그가 살던 시기의 동아시아는 고려와 북송, 거란이 각축했다. 북송 서쪽에는 서하도 건재했기에 동아시아 국제정세는 4강 체제였다. 고려와 송나라는 우호 관계였다. 거란의 압박에 국력이 약화된 북송은 고려를 크게 의식했다. 나라의 살림에 문제가 될 정도로 고려 사신을 환대했고, 고려의 외교관은 상대적으로 고자세였다.
이를 굴욕외교로 여긴 소동파는 반 고려 입장에 섰다. 이 무렵에 거란은 송나라를 치기 위해 고려를 침공했다. 그런데 소동파는 거란과 고려의 전쟁 사실도 모른 체 고려를 오랑캐로 칭하는 개인적 편견과 적대감을 드러낸다. 그는 상소문인 ‘논고려진봉장(論高麗進奉狀)’에서 “고려 사신 접대를 위해 사관을 짓고, 배를 건조하느라 농민 어민 상인들이 병이 날 정도로 힘들어한다. 나라에는 조금의 이득도 없는데, 오랑캐는 엄청난 이득을 얻는다”고 했다.
또한 고려 사신들에게 서적을 판매하지 말도록 청원했다. 송사(宋史) 외국열전, 고려전에 실린 내용이다. “고려와의 교역에서 우리나라는 아무 이익이 없다. 오히려 손해가 다섯 가지나 된다. 고려가 요청한 책들과 금박 등은 수매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貊賊入貢 無絲髮利 而 有五害 今請 諸書 與 收買 金箔 皆 宜勿許).”
북송의 국수주의자이고, 혐한파인 소동파는 여인에 대해서도 전통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봉건사회의 악습인 전족(纏足)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두 발로 서고자 하나 넘어지네. 가늘고 고와 아마도 어려울 것 같네. 손바닥 위에서 보아야겠네.”
그는 또한 미식가이도 했다. 차(茶)에 대해 일가견이 있던 그가 오늘날에도 유명한 것은 돼지고기와 관계있다. 중국 4대 요리로 꼽히는 동파육(東坡肉)이 있다. 두툼한 돼지 삼겹살의 보드러운 식감, 비계의 고소함과 껍질의 쫄깃함, 소홍주(紹興酒)의 은은한 향취도 묻어 있는 요리다.
그와 동파육의 연관설은 조금씩 다른 버전이 있다. 하나는 43세 때 항저우에서 굶주린 사람을 위해 돼지비계로 만든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가 항저우에 간 것은 유배라는 설도 있고, 태수라는 설도 있다. 그는 폐허가 된 서호에 제방을 쌓아 백성들이 농사를 잘 짓게 했다. 백성들은 돼지고기를 선물했다. 소동파는 고기를 큰 솥에 요리하여 사람들에게 먹게 했는데, 이것이 동파육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우연설이다. 그가 항저우 태수 재직 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주막에 들렀다. 허기를 느낀 소동파는 돼지고기와 술을 주문했다. 그런데 의사전달이 잘못돼 주인이 술과 돼지고기를 함께 삶은 요리를 내왔다. 소동파는 화가 났지만 우선 음식을 먹었는데, 의외로 맛이 좋았다.
이후 그는 주막의 단골이 돼, 주문 실수로 나온 돼지고기 요리를 찾곤 했다. 태수가 찾는 주막은 금세 유명 식당으로 소문났고, 덩달아 돼지고기 요리도 인근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소동파가 먹은 고기에 ‘동파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문학가 소동파와 연관있는 동파육은 돼지고기의 삼겹살과 비계가 들어가 있다. 삼겹살에는 미네랄과 비타민B 등 영양이 풍부하다. 비계는 맛을 향미롭게 한다. 건강 측면에서 돼지고기 요리는 굽는 것보다는 삶는 게 좋다. 이런 점에서 동파육은 훌륭한 요리다. 다만 삼겹살에 많은 지방과 비계의 기름기는 비만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과한 양념은 노화와 비만 측면에서도 좋지 않을 수 있다. 살이 찌면 성인병에 취약하게 된다. 따라서 동파육도 여느 음식과 마찬가지로 폭식은 삼가야 한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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