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의료기관에서 611개 비급여 항목과 61개 신의료기술 등 672개 항목을 보고하도록 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비급여 항목 비용, 진료건수, 대상 질환, 수술 및 시술 명칭은 물론 환자의 나이와 성별 등도 보고해야 한다. 이번 고시 개정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은 1년에 2회, 의원급은 1년에 1회 시행한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2024년부터는 약제, 영양주사, 예방접종, 치과교정술, 첩약 등 1212개 항목으로 확대 적용한다. 이는 비급여 진료 규모의 약 90% 가량이다.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비급여 통제를 위해 의료인의 환자정보보호원칙을 위배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가 급여 상황에서 비급여 공개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불러 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개정안이 발표된 16일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초법적인 비급여 보고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관련법안(의료법 제45조의2) 등이 위헌확인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같이 비급여 고시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보 누설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 직업윤리에 반하는 정책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비급여 제도가 건저수가-저급여로 시작한 우리나라 의료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며 “비급여 제도의 붕괴는 필수의료의 몰락보다 더 치명적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19일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의료기관 내부 및 홈페이지에 진료비용을 환자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고지하고 있음에도,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까지 수집·활용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보다 비급여 통제를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라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 환자와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부정하는 관치의료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간 가격경쟁과 환자유인을 유도해 환자와 의료기관 간 신뢰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해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도리어 이제는 고질적인 문제인 보험수가를 현실화할 때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해부터 적용되는 비급여 보고 의무는 2020년 12월 개정의료법으로 추진되었으나 의료계의 반대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는 고시 개정이 미뤄졌다.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등은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여 위헌확인(2021헌마374, 2021헌마743 등)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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