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군인이자 황제인 나폴레옹(1769~1821년)에 대한 평가다. 1800년대의 프랑스의 전설적인 외교관인 샤를모리스 드 탈레랑페리고르는 나폴레옹을 대단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아주 뛰어난 사람으로 적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일그러진 영웅’이다. 프랑스의 변두리인 코르시카 섬에서 태어난 그는 운명을 개척한 ‘난 사람’이다. 뛰어난 판단력과 군사적 재능으로 프랑스 혁명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유럽도 석권했다. 그러나 ‘된 사람’은 아니었다. 쿠데타로 정권을 쥐고, 나아가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나폴레옹 전쟁은 유럽에 프랑스 혁명 정신을 전파 시키는 효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과가 좋다고 행동이 미화될 수는 없다. 그는 유럽을 전쟁의 화염에 휩싸이게 했다. 또 황제 등극은 시민혁명에 반하는 역사의 퇴행 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관을 이겨내는 의지와 자신감은 분명 위대했다. 나폴레옹의 자신감은 외모에서도 넘쳤다. 청년 시절의 날렵한 몸매를 영원히 유지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사관학교 친구로 제1통령 시절의 비서인 부리엔에게 “나는 마른 체형이다. 40대가 되어도 뚱보는 되지 않을 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중년의 나폴레옹은 비만형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1815년에 벌어진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뒤 영국령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된다. 그를 아프리카 본토에서 서쪽으로 1,900km 떨어진 외딴 섬에 호송한 인물이 노섬버랜드의 함장 로스다. 희대의 거물인 나폴레옹은 적국의 호송 책임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로스는 1천년 내의 특별한 인물로 추앙되기도 하던 나폴레옹을 배가 볼록한 뚱뚱보로 기록했다. 걸음걸이도 뒤뚱거리게 묘사했다. 걸음걸이는 파도가 거센 바다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다. 이를 감안해도 청년 시절의 준수한 몸매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폴레옹은 30대 후반부터 몸이 불기 시작했다. 살이 찐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악성루머로 인한 스트레스다. 나폴레옹은 1806년에 폴란드 바르샤바를 점령했다. 이곳에서 20대 유부녀인 마리 발레프스카 백작 부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나폴레옹은 그녀를 이혼시키고 파리로 데려왔다. 여인은 아들을 낳았다.
이에 불안을 느낀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은 헛소문을 퍼트렸다. “내가 아내이니까 잘 아는데, 황제는 생산 능력이 없다.” 이 같은 소문은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이는 마리 발레프스카가 낳은 아들이 나폴레옹 핏줄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나폴레옹은 “근거 없는 악의적인 소문이다. 아들은 내 핏줄”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아들에게 자신의 성(姓)은 주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아내 조세핀을 목숨처럼 사랑했다. 또 연인 마리 발레프스카에게서 심쿵한 사랑을 느꼈다.
나폴레옹은 두 여인의 사랑 쟁탈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트레스는 몸에 지방을 쌓이게 하고, 에너지 소모를 막고, 숙면을 방해한다. 공교롭게 이 무렵부터 나폴레옹은 살이 찌기 시작했다.
둘째, 좋지 않은 식습관이다. 나폴레옹은 빨리, 대충 먹었다. 식단도 탄수화물 위주였다. 나폴레옹은 유배되는 과정에서 노섬버랜드호 함장 로스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함장과 대화하며 비슷하게 식사를 마치는 게 예의다. 또 일행이 식사를 마친 뒤 일어서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말없이 후다닥 음식을 비우고 일어섰다. 이는 적국 함장에 대한 불편함 표시일 수도 있으나 그의 평소 식탁 습관이라는 게 사가들의 평이다.
그는 전쟁터에서는 물론 편안한 궁에서도 후다닥 식사를 했다. 그가 식탁에 앉아있는 시간은 대부분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특히 전쟁터에서는 말 위에서 영양 불균형의 식사를 하기도 했다. 빵 한 조각에 탄수화물 위주로 대충 때우는 형국이었다.
셋째, 식후 바로 눕는 습관이다. 나폴레옹은 수면시간이 길지 않았다. 여건에 맞게 짧은 토막잠을 즐긴 그는 대충대충, 빨리빨리 식사 뒤 소파에 눕는 행동이 적잖았다. 식사량이 많지 않은 소식가인 그가 비만이 된 이유는 식사 직후 수면과 운동 부족도 큰 부분을 차지했을 듯싶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은 세인트헬레나 섬 유배 6년 만에 숨졌다. 나이는 51세였다. 그가 고통받은 위장질환과 비만 그리고 죽음은 빨리 먹는 식습관, 식후 바로 눕는 행동과 연관성이 깊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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