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6번째, 360도 회전 갠트리치료실 2곳 고정치료실 1곳 ... 모든 종류의 고형암 수술없이 치료 가능
지난 19일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취임 2주년을 기념하는 간담회에서 국내 최초 중임자치료기가 공개됐다.
중입자치료기는 탄소이온을 가속해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방사선치료의 일종이다. 전자를 가속한 기존 방사선치료나 수소이온을 가속한 양성자치료 보다 입자가 무거워 중입자치료기라고 한다. 기존 방사선이나 양성자치료보다 주변세포 손상은 적으나 암세포 파괴력이 2~3배 높으며 수술이 불가능 위치의 암을 치료할 수 있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날 경우 소요되는 비용만 1~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의료원은 2019년 연세중입자암치료센터를 착공하고 총 3000억원을 들여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했다.
중입자치료의 원리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중입자가 양성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기 때문에 질량이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기 때문이다.
또 목표 지점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중입자의 특성으로 암세포가 받는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 X-선은 피부에서부터 몸 속 암세포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생체 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암세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싶어도 정상세포의 손상을 고려해 에너지를 조정해야 한다. 반면, 중입자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목표한 암 조직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발산한다. 이러한 중입자 특성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부른다.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으로,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암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저산소 암세포는 생명력이 매우 강해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며 항암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운 까다로워 치료가 어렵다. 이런 암 세포에 중입자치료기로 높은 에너지를 조사하여 치료할 수 있다. 또 두경부암, 골육종 등 수술하기 어려운 부위에 자리한 암 역시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중입자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이라고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에서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며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실제 일본의 많은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이 선보이는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평균 치료 횟수를 낮출 수 있던 비결이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 양성자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준비과정에 시간이 소요돼 치료기 3대에서 하루 동안 약 5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치료 후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 바로 귀가가 가능하다.
연세의료원의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는 내년 2023년 3월 혹은 4월에 본격적으로 운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처음에는 고정치료실만 운영되며 6개월 간격으로 회전치료실들도 오픈한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은 “초기 운영될 고정치료실은 주로 전립선암 치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후 회전형 치료기가 운영되면 다양한 암종의 치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고정 암종의 치료는 가능하나, 전이되어 암세포가 작게 흩어진 경우에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1~3기 사이 고정암에 권장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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