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병원양형규대표원장
서울양병원양형규대표원장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 휴대폰을 만지는 버릇이 있는 20대 여성 이모씨는 최근 심해진 변비로 고민이 많아졌다. 하루 걸러 하루 변이 나오더니 점점 미뤄져 1주일에 1~2회 정도로 대변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힘을 줄 때마다 항문 부위로 통증이 느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휴지에 피가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이모씨처럼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이나 무리한 다이어트, 식이섬유 섭취의 부족 등으로 인해 변비 환자가 늘고 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변비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마른 대변을 보게 되는데 이 경우 연한 조직으로 구성된 항문에 상처를 내게 된다. 대부분의 상처는 자연적으로 아물지만 혈액 공급이 부족한 항문 뒤쪽은 상처가 나더라도 잘 낫지 않고, 이는 치열로 이어지기 쉽다.

치열은 항문관 안쪽 점막이 찢어지는 항문질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변을 볼 때나 변을 보고 난 후 통증 및 출혈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선홍색 출혈은 휴지에 묻어나는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심하면 변기 가득 피가 날 수도 있다. 통증 감각신경이 존재하는 치상선 아래쪽 피부가 찢어져 나타나는 통증이기 때문에 방귀에도 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상처가 낫고 찢어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가려움증을 느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치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치열은 대체로 변비에 의해 발생하지만 항문이 좁거나 항문 압력이 높은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혈행 장애가 있는 경우나 드물게는 결핵이나 궤양성 대장염, 백혈병, 크론병과 같은 기타 질환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치핵, 치루와 함께 빈번하게 나타나는 3대 항문질환으로 꼽히는 치열은 만성치열과 급성치열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급성치열은 정상적인 항문이 일시적으로 찢어지는 것으로 수일 이내에 큰 고통 없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만성치열은 찢어지는 증상이 수일 또는 수 주간에 걸쳐서 반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찢어졌던 부위가 변에 의해 오염되고 악화되기 때문에 자연치유가 불가능하고,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이 일반적이다.

급성치열의 경우 좌욕을 하거나 변 완화제를 복용하면서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약물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그리고 찢어져 생긴 상처 부위가 감염되지 않도록 깨끗이 소독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만성치열은 높아진 항문압을 떨어트리고 궤양으로 손상된 항문 피부를 정상 피부로 이식해 치유를 촉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수술적 치료로는 내항문괄약근 측방 절개술, 피부판 이식술, 부분절개술, 치열절제술 등이 있다.

치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는 세 번 규칙적으로 하며 매 끼니마다 섬유소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꾸준한 운동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배변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고, 배변 시 5분 이상 앉아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배변 시 통증이 있거나 출혈이 나타난다면 방치하지 말고 하루빨리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글 : 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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