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많은 경우에 이러한 증상은 치아에 생긴 균열(crack)로 인하여 발생하곤 한다.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치아에 금이 가서 통증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비교적 많이 알고 이해하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금이 가서 아프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꽤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잇몸의 불편함과는 달리 치아(어금니)에 생긴 균열로 인한 통증은 그 정도가 심할뿐더러 실질적으로 균열이 생긴부위를 정확히 찾아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동반한 다분히 파괴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치아에 금이 갔습니다’라고 말하면 환자들은 며칠 전에 딱딱한 음식을 먹었다 얼마전에 젓가락을 깨물었다 등 일회성의 원인을 지목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하지만 우리의 치아는 마치 강화유리의 원리와 비슷하게 이중층(법랑질 + 상아질)의 구조로 형성되어 엄청난 충격이 아닌 이상 한두번의 충격으로 쉽게 깨지는 일은 잘 생기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한두번 실수하면 깨져버리는 치아라면 백세시대를 바라보는 요즘에 와서 자연치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란 거의 어렵다고 봐야할 것이다. 살다 보면 딱딱한 음식을 먹을때도 있고 약하거나 조금은 센 충격을 받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 무엇이 더 치아에 해로울까. 가장 이야기 하고 싶은 점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각종 습관에서 치아의 조직구조가 버틸 수 있는 역치를 조금이라도 넘나드는 경우가 생기고 그럴 때 발생하는 실금이 치아에 조금씩 쌓이면서 그 균열이 치아내부의 신경(‘치수’라고 합니다)을 자극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신경을 외부환경에 노출시켜 감염에 이르게 하면 우리가 흔히 굉장히 아프다고 알려져 있는 치통까지 야기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치아가 반으로 쪼개져서 빨리 빼내야 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만들 수 있는 그 습관들은 무엇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1. 딱딱한 음식을 깨서 먹는 습관
어릴 적 필자는 어쩌다 커다란 사탕을 먹을때 빨아먹는게 너무 답답했었다. 그래서 사탕을 입에 넣고 한두바퀴 굴려서 맛을 본다음 어금니로 아그작아그작 깨서 씹어먹어야 단맛의 폭풍이 입안에 휘몰아치고 더 기분 좋았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그땐 정말 몰랐다. 많은 수의 어금니에 균열(대략 5개 이상 정도로 보면 된다)을 가지고 계신 2-30대 분들은 이러한 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건어물이나 견과류 그리고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마시고 남은 음료 속 얼음 등을 오도독 깨서 먹는 것도 일종의 같은 습관이다. 대개 이런 습관은 언급한 예시가 함께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조금 연령대를 높여 보면 그때는 사탕과 얼음보다는 견과류와 누룽지라는 강력한 음식들이 있다. 또한 건강을 위해 가급적 정제된 식품보다는 자연상태의 식품을 그대로 섭취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치아가 해야 할 일이 더 커지고 그만큼 실금을 쌓아갈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치아를 지키기 위해 정제된 식품으로 섭취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제’하는 과정을 모조리 치아가 담당한다면 치아 입장에서는 피로누적으로 주인인 우리를 힘들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정제식품을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이나 당뇨의 문제를 야기할수 있으니 ‘중용’의 미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2. 이를 악무는 습관
‘혹시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으세요?’ 라고 병원에 온 환자에게 물으면 대부분 생각에 잠시 잠겨있다가 그런 적 없다고 한다. 당연히 기억이 안 날 수밖에 없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맘먹고 이를 꽉 무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무언가에 굉장히 집중할 때, 힘든 일이나 운동을 할 때 등이다. 사실 하루 24시간 중에 아랫니와 윗니가 맞물려서 강한 힘을 가할 일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식사할 때도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각보다 치아끼리 맞물려 힘을 줄 일은 많지 않다.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입안에서 이를 악무는 습관은 더 치아에 파괴적일 수 있고 스트레스 연관 악물기는 이갈이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서 더 주의가 필요하다. 수면 시 이갈이는 누군가가 자극으로 끊어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운동은 건강을 증진시켜줄 수 있는 매우 좋은 활동이다. 근육을 발달시키고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등 모두들 알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이 악물고 하는가? 등산하다가 힘에 부칠 때 이를 악물고 오르는가? 많은 운동이 있지만 순간적으로 강한 힘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운동들(골프, 야구 등이 있습니다)이 치아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주말에 골프라운딩을 가 샷을 치다가 이가 깨져서 내원한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뼈도 치아도 우리몸의 경조직의 일부다. 그래서 비슷한 것 같지만 부러진 뼈는 치료를 통해 붙게 할 수 있어도 치아는 아직까지 스스로 붙는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치아는 평생 써야 하는 ‘일회용 자원’이다. 아무리 임플란트가 좋다고 하더라도 내 치아를 능가하지 못한다. 오래 쓰려는 전략을 한번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글: 미소랑치과 김성욱 원장)
하수지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