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랑치과강남점김성욱원장
미소랑치과강남점김성욱원장
건강에 관심이 많고 구강 내 건강관리에도 열심이신 분들 중 치과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에 부정적인 분들을 종종 봅니다. ‘얼마나 내가 꼼꼼하게 잘 닦는데 뭐 하러 스케일링 해 이만 깎여서 나쁘지’, ‘한 번 하면 피 많이 나고 이가 시려서 안하고 싶어’, ‘아플 때 가면 되지 아프지도 않은데 왜 자꾸 오라고 할까’ 등의 생각을 하십니다. 정기검진을 잘 오시다가도 이상 없는 검진횟수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 이제 정기검진 안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시기도 하지요.

그럼 칫솔질을 정말 잘하신다고 하는 분들, 저희가 6개월마다 정기검진 해드리면서 정말 관리 잘하신다고 칭찬 많이 해드리는 분들의 입안에는 그럼 치석이 없을까요? 답은 아시겠지만 애석하게도 있습니다. 그것도 찾기 힘든 구석에서 잇몸에서 먼 쪽보다는 그 경계면 근처에서 바깥보다는 안쪽에서 씹는면 옆면보다는 이 사이에서 잘 발견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곳에 있던 세균은 비록 적은 양일 수는 있지만 한 두 번 손을 못댄 것이 아닌 몇 달 동안 그 자리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잘 살아온 ‘반려세균’이라는 점입니다. 닦아낼 수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잘 살도록 놔두고 하루 세 번 이상 맛있는 음식도 많이 공급해주고 따뜻하고 촉촉한 환경을 24시간 제공해준다면 의도는 없지만 세균들을 반려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지요. 이쯤에서 불만스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난 정말 하루에 5-6번씩 칫솔질을 하고 9번 구운 죽염으로 한번 더 문지르고 가글까지 하는데 왜 충치와 잇몸병이 생기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청소할 때 눈을 감고 닦는 것이 깨끗하겠습니까 눈을 부릅뜨고 꼼꼼히 살펴보면서 청소하는 것이 깨끗하겠습니까. 답은 너무 명확해서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될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하루 3번 이상 하는 칫솔질은 입안을 보면서 하기 힘듭니다. 지극히 제한된 영역만이 눈에 보일 뿐이지요. 그렇다고 위턱과 아래턱을 꺼내서 손에 들고 닦아서 끼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런 한계가 명확하지만 매일 매일 몇 십 년을 하다 보니 너무 익숙한 나머지 특히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분들의 경우는 입 안의 100%를 잘 닦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 쉽습니다.

익숙한 동작의 맹점은 잘 닦이는 부분은 굉장히 깨끗하게 잘 닦는데 안 닦이는 부분은 며칠이고 몇달이고 계속 안 닦이기 쉽다는 것입니다. 흔하지는 않습니다만 간혹 엄청난 치통으로 내원하시는 분을 뵈었을 때 스케일링은 받아보신지 4-5년쯤 되었고 입안을 보면 칫솔질도 ‘전반적으로’ 훌륭한데 특정 부위에 커다란 충치로 치수염이 찾아와 통증을 호소하시거나 그 직전의 상황으로 오시는 겁니다. 아니면 특정부위에 잇몸염증이 심해져서 이가 흔들린다고 찾아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 안에는 항상 어느 정도의 세균들이 살고 있으며 그 세균들은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만약 입안에 세균이 하나도 없는 무균지대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충치도 없고 잇몸병도 없는 유토피아가 완성될까요? 안타깝지만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곧 입안은 진균류(곰팡이류)의 천하가 될 것 입니다. 실제로 고령의 환자분들중에 염증성 질환으로 항생제를 다량 투여받으신 분들중 구강내 혹은 점막내 진균류 감염으로 인한 질환으로 고생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은 이런 ‘반려세균’들을 몰아낸다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원치 않았지만 본의 아니게 ‘반려’해 온 입안 세균들은 젊었을 때나 몸이 건강할 때는 그다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잇몸이 약하거나(작은 감염이나 치석 치태에도 염증반응이 잘 일어나는 잇몸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건강이 악화되거나 하여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즉, 우리 몸에 약점이 노출되면 비교적 빠른 속도의 잇몸질환으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에 늘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녀 공히 80세를 넘어갑니다. 제가 의사생활 초년생 때만 해도 백세를 운운하면 어이없어 하시는 분이 꽤 계셨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농담처럼 여기지 않으십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연치아와 건강하게 함께 하시려면 반려세균은 키우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치과가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조금 번거롭게 느껴지실지라도 1년에 두 번 정도 입안 대청소 한번 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아니 그것도 부담되신다면 1년에 한번이라도 비용적인 부담 없이 편안하게 미래의 질병원인을 제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하나 대략 50대 이후 분들에게서는 법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칫솔질 하나만으로는 철저한 관리가 어렵습니다. 꼼꼼한 칫솔질로 구석구석 치석의 침착을 막을 수는 있지만 이 사이에 끼는 것까지 다 제거하는 것은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치실은 젊을 때부터 습관을 들여주시는 것이 좋고, 치아 사이의 공간이 좀 많이 생겼다면 치간칫솔도 자주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자신의 칫솔질을 돌아보고 꼼꼼하게 해주시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절대 과신한 나머지 아주 일부의 영역에서 세균들을 반려하지 마세요. 우리와 친숙한 반려동물인 개는 훌륭할지 모르지만 반려세균은 절대 훌륭하지 않습니다.

(글 : 미소랑치과 김성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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