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칫솔질을 정말 잘하신다고 하는 분들, 저희가 6개월마다 정기검진 해드리면서 정말 관리 잘하신다고 칭찬 많이 해드리는 분들의 입안에는 그럼 치석이 없을까요? 답은 아시겠지만 애석하게도 있습니다. 그것도 찾기 힘든 구석에서 잇몸에서 먼 쪽보다는 그 경계면 근처에서 바깥보다는 안쪽에서 씹는면 옆면보다는 이 사이에서 잘 발견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곳에 있던 세균은 비록 적은 양일 수는 있지만 한 두 번 손을 못댄 것이 아닌 몇 달 동안 그 자리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잘 살아온 ‘반려세균’이라는 점입니다. 닦아낼 수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잘 살도록 놔두고 하루 세 번 이상 맛있는 음식도 많이 공급해주고 따뜻하고 촉촉한 환경을 24시간 제공해준다면 의도는 없지만 세균들을 반려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지요. 이쯤에서 불만스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난 정말 하루에 5-6번씩 칫솔질을 하고 9번 구운 죽염으로 한번 더 문지르고 가글까지 하는데 왜 충치와 잇몸병이 생기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청소할 때 눈을 감고 닦는 것이 깨끗하겠습니까 눈을 부릅뜨고 꼼꼼히 살펴보면서 청소하는 것이 깨끗하겠습니까. 답은 너무 명확해서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될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하루 3번 이상 하는 칫솔질은 입안을 보면서 하기 힘듭니다. 지극히 제한된 영역만이 눈에 보일 뿐이지요. 그렇다고 위턱과 아래턱을 꺼내서 손에 들고 닦아서 끼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런 한계가 명확하지만 매일 매일 몇 십 년을 하다 보니 너무 익숙한 나머지 특히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분들의 경우는 입 안의 100%를 잘 닦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 쉽습니다.
익숙한 동작의 맹점은 잘 닦이는 부분은 굉장히 깨끗하게 잘 닦는데 안 닦이는 부분은 며칠이고 몇달이고 계속 안 닦이기 쉽다는 것입니다. 흔하지는 않습니다만 간혹 엄청난 치통으로 내원하시는 분을 뵈었을 때 스케일링은 받아보신지 4-5년쯤 되었고 입안을 보면 칫솔질도 ‘전반적으로’ 훌륭한데 특정 부위에 커다란 충치로 치수염이 찾아와 통증을 호소하시거나 그 직전의 상황으로 오시는 겁니다. 아니면 특정부위에 잇몸염증이 심해져서 이가 흔들린다고 찾아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 안에는 항상 어느 정도의 세균들이 살고 있으며 그 세균들은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만약 입안에 세균이 하나도 없는 무균지대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충치도 없고 잇몸병도 없는 유토피아가 완성될까요? 안타깝지만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곧 입안은 진균류(곰팡이류)의 천하가 될 것 입니다. 실제로 고령의 환자분들중에 염증성 질환으로 항생제를 다량 투여받으신 분들중 구강내 혹은 점막내 진균류 감염으로 인한 질환으로 고생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은 이런 ‘반려세균’들을 몰아낸다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원치 않았지만 본의 아니게 ‘반려’해 온 입안 세균들은 젊었을 때나 몸이 건강할 때는 그다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잇몸이 약하거나(작은 감염이나 치석 치태에도 염증반응이 잘 일어나는 잇몸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건강이 악화되거나 하여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즉, 우리 몸에 약점이 노출되면 비교적 빠른 속도의 잇몸질환으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에 늘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녀 공히 80세를 넘어갑니다. 제가 의사생활 초년생 때만 해도 백세를 운운하면 어이없어 하시는 분이 꽤 계셨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농담처럼 여기지 않으십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연치아와 건강하게 함께 하시려면 반려세균은 키우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치과가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조금 번거롭게 느껴지실지라도 1년에 두 번 정도 입안 대청소 한번 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아니 그것도 부담되신다면 1년에 한번이라도 비용적인 부담 없이 편안하게 미래의 질병원인을 제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하나 대략 50대 이후 분들에게서는 법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칫솔질 하나만으로는 철저한 관리가 어렵습니다. 꼼꼼한 칫솔질로 구석구석 치석의 침착을 막을 수는 있지만 이 사이에 끼는 것까지 다 제거하는 것은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치실은 젊을 때부터 습관을 들여주시는 것이 좋고, 치아 사이의 공간이 좀 많이 생겼다면 치간칫솔도 자주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자신의 칫솔질을 돌아보고 꼼꼼하게 해주시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절대 과신한 나머지 아주 일부의 영역에서 세균들을 반려하지 마세요. 우리와 친숙한 반려동물인 개는 훌륭할지 모르지만 반려세균은 절대 훌륭하지 않습니다.
(글 : 미소랑치과 김성욱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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