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신장이식5천번째환자와의료진이기념사진을촬영하고있다.
세브란스병원신장이식5천번째환자와의료진이기념사진을촬영하고있다.
세브란스병원이 신장이식 수술 5000례를 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1979년 첫 수술 이후 43년 간 꾸준한 술기 개발과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이다.

5000례 신장이식의 주인공은 전직 운동선수 A씨(48세). 40대 초반부터 고혈압, 고지혈증, 통풍, 당뇨로 지역 병원에서 정기 검진과 치료를 받던 중 2018년 6월 갑작스럽게 신기능 수치가 정상치의 3배 이상 상승해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한승혁 교수를 찾았다. 신장 조직검사 결과, 사구체 경화증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행하던 중 지난해 9월 말기신부전으로 투석을 하거나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절망에 빠졌다.

A씨는 투석보다 신장이식을 받고 일상생활을 해 나가고 싶었지만 가족 중 신장 공여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선뜻 신장이식을 결심할 수 없었다. 다행히 누나 두 사람이 기꺼이 동생을 위해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누나 모두 체중이 많이 나가고 혈압이 높아 신장을 공여하기에는 부적합한 상황이었다. 신장이식을 포기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식외과 이주한 교수로부터 체중을 감량하고 혈압도 잘 조절하면 신장기증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희망을 갖게 됐다.

작은 누나는 동생에게 신장 기증을 위해 3개월에 걸쳐 체중을 10kg 가까이 감량하고, 혈압도 잘 조절해 동생에게 신장이식을 할 수 있었다. A씨는 이식 수술 후 회복에 전념해 안정된 상태를 되찾아 현재는 후학 양성을 위한 코치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A씨와 같이 신장 사구체 여과 기능이 떨어져 노폐물을 걸러낼 수 없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은 투석치료 등 신대체요법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은 많은 시간과 엄격한 식이조절이 필요하며 신장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많은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신장이식을 고려한다.

모든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신장이식을 시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장이식을 위해서는 뇌사 또는 생체기증자가 필요하며 기증자와 면역학적 조건도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혈액형이 다르거나 교차반응 양성 등으로 가족 내 공여자가 있어도 이식 진행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액형이 다르거나 교차반응 양성인 환자들에서도 체내 항체 농도를 낮추는 탈감작 치료를 통해 신장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식외과 허규하 교수는 “신장이식팀은 간, 심장, 폐 등 타장기 동시 이식, 3차 신장이식 등 여러 고난이도 수술로 많은 장기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삶을 제공해왔다”며 “현재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신장이식 분야를 꾸준히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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