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중간 과정이다. 신체적으로는 2차 성징이 일어나는데, 이 시기가 너무 일찍 시작되는 것을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성조숙증은 여아의 경우 8세 미만, 남아의 경우 9세 미만에 2차 성징이 나타날 때 진단할 수 있다. 2차 성징의 징후로는 머리 냄새나 땀 냄새가 나기 시작하거나, 음모나 액모가 나기 시작하거나, 1년에 키가 7센티 이상 갑자기 크는 경우가 있으며 여아는 가슴의 몽우리가 만져지기 시작하거나, 남아는 고환이 커지고 색이 변하는 경우 등에 의심해 볼 수 있다.
성조숙증이 최근 더욱 관심 받는 이유는 바로 아이의 최종 키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성조숙증이 있을 경우에 초기의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아이의 성장판이 정상보다 빨리 닫히게 되어 최종 키가 오히려 또래보다 작아지게 되며, 여아의 경우에는 향후 조기폐경이나, 유방질환, 난소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이른 몸의 변화로 인해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교우 문제 등을 겪을 확률도 커지게 된다. 아이의 건강과 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성조숙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리가 필요하다.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아이들 중 여아의 비율이 90%나 될 정도로 많다. 가슴 몽우리는 여아의 2차 성징이 시작되는 대표적인 증상으로, 가슴 몽우리가 생기기 시작하면 대개 1.5년 ~ 2년 후에 초경을 시작하게 된다. 만 8세 이전에 가슴 몽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면 빨리 성조숙증 검사를 받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고, 만 8세 이후, 만 10세 이전에 가슴 몽우리가 시작했다면, 성조숙증까지는 아니지만 또래보다 빠른 초경의 시작으로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으니 초경을 늦추고 키를 키울 수 있는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남아의 경우는, 외적인 변화가 여아에 비해 적고 초경과 같은 현저한 징후가 없어서 성조숙증에 대한 진단 자체가 늦는 경우가 많고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치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2010년에 2만 8251명에서 2020년에는 13만 6634명으로 10년 사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성장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병원을 찾은 인구가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실제로 성조숙증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성조숙증이 급증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유전적인 요인, 소아비만의 증가, 환경호르몬의 영향,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있다. 유전적인 요인의 경우 부모의 사춘기가 빨랐을 경우 자녀 역시 빨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녀의 신체 변화를 더욱 세심히 체크하고 성조숙증이 의심될 경우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아비만은 식단의 서구화와 더불어 잘못된 식습관 그리고 운동 부족 등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비만으로 인해 체지방량이 증가하게 되면,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 2차 성징의 시기가 빨라지게 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신체활동이 급격히 줄면서 비만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다양한 경로로 우리 몸속으로 흡수되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해 내분비계를 교란시키게 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샴푸, 바디워시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장난감, 일회용 용기에 담긴 배달음식, 통조림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과도한 학업량 등으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 또한 많이 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호르몬인 코티솔은 체내 지방축적을 증가시키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게 되어, 성조숙증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수면 부족이 성조숙증과 연관이 있음을 밝히는 연구들도 진행 중이다.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 모두가 중요하며, 밝은 조명을 켜두고 자는 것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성조숙증은 한 가지 요인만 문제가 되는 경우보다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성조숙증의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수면시간과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생활 관리가 필요하며, 주기적인 검사와 시기에 맞는 치료 또한 중요하다. 여아의 경우 초경이 시작하고 나면, 대개 그로부터 2~3년 내에 성장판이 닫히게 된다. 초경은 한번 시작하면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성조숙증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하는 아이라면, 초경을 늦출 수 있게 생활 습관 등을 관리해 키가 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성장판이 닫히기 전까지 최대한 키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만 10세 이전의 아이라면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적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성조숙증의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자신의 증상과 감정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래와 다름으로 인해 상처받기 쉽고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생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뜻한 배려와 지지가 아이들의 성조숙증 예방 및 건강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글 : 율아한의원 김형석 원장)
임혜정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