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슬개골탈구수술전후사진.제공:금산헤르쯔동물병원
고양이슬개골탈구수술전후사진.제공:금산헤르쯔동물병원
25여년 간 수의사를 해오면서 슬개골 탈구 수술은 5,000건이 넘고 수술 후 재발이 거의 없어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반려견 특히 실내생활을 하는 소형견의 케이스가 가장 높다. 하지만 드물게 고양이도 슬개골탈구가 발병되기도 한다. 케이스가 적다 보니 처음 내 손으로 환묘 수술을 접했을 때 이론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차이점을 손 끝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반려견, 반려묘 모두 각각의 신체적 차이점과 증상에 따라 적절한 수술법으로 수월하게 성공적 수술을 진행하지만, 수의사 초년에는 강아지 못지 않게 고양이 슬개골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하여야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모든 반려동물의 슬개골 수술 전반에 대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골격에 비해 슬개골이 크다. 강아지에 비해서도 슬개골의 크기가 훨씬 크고 넓으며, 슬개골이 위치하는 대퇴골의 활차 역시 넓다. 기본적인 수술법은 강아지와 거의 동일하지만 슬개골의 크기 때문에 그 너비만큼 활차를 성형해 주어야 안정적으로 정확한 위치에서 슬개골을 관절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수술법으로는 탈구를 교정하기 어려워 기존의 활차구성형술과 경골결절변위술, 지대중첩술 그리고 슬개골 성형술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보통 고양이의 경우 슬개골이 이탈되어 있어도 퇴행성 관절염이나 관절낭 내 염증이 확인되지 않으면 우선은 소염진통제 복용 후 증상의 개선을 관찰한다. 하지만 강아지와 마찬가지로 고양이 역시 때를 놓치면 탈구된 슬개골 주변의 근육, 인대, 뼈까지 변형이 일어나고 십자인대나 고관절까지 상태가 악화되게 된다. 따라서 내과적 처치로 일주일 내에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슬개골탈구는 자연적으로 나아지거나 증상이 멈추는 것이 아닌 진행이 계속 지속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내원했던 한 아이의 경우는 선천적 요인, 후천적 요인이 혼합된 슬개골 탈구로 비정상적인 파행, 세 발로 걷는 모습, 보행 및 앉고 서는 동작 그리고 촉진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이 관찰되어 바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케이스였다. 안전하고 신속 정확한 마취 및 수술을 위해 신체검사, 혈액검사, CBC, 초음파검사, 흉복부방사선, 그리고 슬개골과 고관절 방사선을 통해 이상 유무를 체크하고, 특별한 위험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수술을 진행했다. 마취는 보통 호흡마취로 진행되는데, 체중 당 일정량의 마취제를 한 번에 투여하는 방식이 아닌 상태에 따라 마취제의 정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안정적인 마취에 필요한 모든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함으로서 이상증상이 보이면 바로 밸브를 닫아 마취제로 인한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기관삽입을 통해 지속적인 산소공급이 이루어진다.

슬개골 탈구 수술은 이후의 관리가 성공적인 수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강아지도 마찬가지지만 고양이슬개골 탈구는 재발률이 48%이기 때문이다. 수술 후에는 3일 전후로 입원을 하며 영양수액, 진통주사를 통해 안정을 시키고 퇴원 후에도 약 2~4주간은 내복약을 복용하며 부종 및 염증을 완화시키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과도한 운동을 피하고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는 등의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슬개골 수술 부위가 안정되기까지는 1~3개월 정도 소요되며 고양이는 적응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2주 간격으로 내원하여 방사선 촬영을 통해 경과를 살피는데 다행히 이 아이의 경우 굉장히 빠른 회복을 보여 2개월이 되기 전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케이스의 아이는 아비시니안이었는데, 슬개골탈구 발병률이 높은 품종 중 하나이다. 아비시니안, 데본렉스, 버미즈 품종이 슬개골탈구가 발현되는 유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해당 품종이 아니더라도 교통사고, 낙상, 과도한 움직임, 부딪힘 등의 외상적 충격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슬개골탈구는 반려견, 반려묘 등 관절을 가지고 있는 모든 반려동물에게서 발병되는 질병이다. 반려견에서 높은 확률로 나타나는 질병이라고 고양이나 토끼 등의 반려동물에 대해 안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늘 사랑하는 마음으로 꼼꼼하게 관찰하고 이상이 보일 때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10년이고 20년이고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보호자 스스로가 반려동물의 가장 가까운 주치의가 되기를 바란다.

(글 : 금산헤르쯔동물병원 박상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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