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지질 선천성대사이상이 원인, 남성에서 특히 심해… 손발통증·무한증·피부발진·단백뇨에 심하면 뇌졸중까지, 조기 진단 어려워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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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름의 ‘파브리병(fabry disease)’은 TV 드라마 ‘의사 요한’에 잠깐 등장하며 알려진 병이다. 환자의 파브리병 확진을 두고 갈등을 겪다 극적으로 치료에 성공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갈등의 이유는 파브리병이 드물게 발생하는 희귀질환이기 때문. 인구 11만7000명 당 1명 꼴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1989년 처음 보고돼 현재 정식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약 250명에 불과하다.

파브리병은 당지질의 선천성대사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병이다. 1898년 독일의 존 파브리(Johann Fabry)와 영국의 윌리암스 앤더슨(Williams Anderson)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파브리 앤더슨병으로도 불린다. 파브리병은 비특이적으로 대표 증상이 없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조기 진단이 무척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진다.

성염색체 유전질환으로,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lysosome)은 당지질대사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효소인 알파 갈락토시다제 A(alpha-galactosidase A)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대사되지 않은 GL-3(또는 Gb-3)이라고 하는 물질이 우리 세포에 지속적으로 쌓이는, 이로 인해 다양한 기관이 서서히 손상되는 진행성 희귀난치질환이다.

GL-3라는 물질이 세포에 계속 쌓이면 우리 몸 여러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GL-3는 세포독성이 있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혈관벽에 축적돼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킨다. 피부, 눈, 뇌, 말초신경 그리고 신장과 심장 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파브리병은 어릴 때부터 설명이 잘 되지 않는 신경통이나 땀분비 이상, 안과와 피부 질환이 동반되고, 성인이 되면서 원인불명의 신장과 심장 기능 악화가 나타나 젊은 나이에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 손발이 타는 듯한 통증이나 땀이 나지 않는 무한증, 피부 발진, 만성 통증, 단백뇨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마다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단독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파브리병은 남자 환자가 대부분이인데 이유는 성염색체, 즉 X염색체 유전질환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여서 증상이 조기 발생하고 좀 더 심한 반면, 여성은 증상이 발생하더라도 무증상부터 심한 증상까지 다양한 임상 증상을 보인다. 그렇다고 여성이 파브리병에 대해 안전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파브리병을 앓고 있는 유병률은 연구마다 다르지만 11만7000명 당 1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진단이 잘 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다. 국내 파브리병 환우회에 따르면 현재 진단받은 환자는 약 250명으로 확인된다. 일단 파브리병으로 진단되면 가족 중 추가 환자를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다행인 측면도 있다.

파브리병 증상이 의심되면 남성의 경우 효소 활성도 검사를 하고 여기서 의심되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여성은 효소 활성도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의심이 되면 바로 유전자 검사를 추천한다. 이 밖에 대사되지 않는 물질을 측정하는 검사법이나 침범한 장기의 조직을 검사하는 방법도 있다.

파브리병으로 진단될 경우 증상의 경중과 국가에서 지정한 보험 기준에 따라 효소대체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사되지 않은 GL-3를 배출시켜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는 아니고 적응증이 있다. 성인이 되면 뇌졸중 또는 심장, 신장 기능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는 식습관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김영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교수는 “무엇보다 파브리병은 유전질환임에도 진행 억제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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