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큐한방병원임규성원장
힘찬큐한방병원임규성원장
이명, 난청, 이석증, 메니에르 등 청신경질환 특화 진료를 하다 보면 이 청신경 질환 환자들에게서 공통된 특징들을 발견하게 된다. A 타입의 환자군에서는 다한증이나 원기 부족, B 타입 환자군에서는 두부의 열감이나 소화불량 등 환자의 유형별로 나타나는 공통점도 있지만 놀랍게도 전체 환자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바로 ‘걸음걸이’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환자분들의 걸음걸이만 봐도 어디가 불편하신 지 가늠이 되곤 한다. 흔히 귓병으로 일컬어지는 “이명, 어지럼증, 이석증, 메니에르와 걸음걸이가 무슨 연관이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년 가까운 임상 경험에 의하면 청신경 질환 환자분들의 90% 이상이 걸음걸이, 더 자세히 말하면 골반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외에도 실제 환자들의 검사 결과 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기저질환 파악을 위해 청신경질환 환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엑스레이나 3D 촬영을 진행하는데 십중팔구 골반 부위에 이상이 발견되는 것이다. 도대체 청신경 질환과 골반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의 골반은 부처님 귀처럼 좌우 대칭의 모습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양쪽 골반뼈가 연결된 가운데 아래 부분을 천골이라고 하고 좌우로 펼쳐진 부분을 장골이라고 한다. 청신경질환을 앓고 계신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이 골반이 어떤 형태로든 어긋나거나 벌어진 모습을 보인다. 정상인의 모양보다 뒤 쪽으로 벌어졌거나 양 측의 뼈가 위 아래로 어긋나 있는 경우도 많다. 두 가지의 기형적 모양이 동시 다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골반의 틀어짐은 자연스럽게 걸음걸이에 드러나게 된다. 팔자 걸음을 걷는다든지 걸을 때 한 쪽 발이 바깥으로 벌어진다든지 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골반과 다리 뼈가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환자의 걸음걸이만 봐도 청신경질환 유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청신경 질환 환자들은 왜 이런 공통적 특징을 갖게 되었을까? 정답의 실마리는 ‘신경’에 있다.

누구나 자신의 골반을 만져보면 알 수 있듯이 골반은 허리를 받치고 있는 뿌리와도 같다. 골반 위로 척추 뼈가 줄기처럼 얹혀져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척추 뼈 안에는 전신으로 뻗어 나가는 신경다발이 들어 있다. 그런데 선천적이든 충격에 의해서든 잘못된 자세에 의해서든 뿌리에 해당하는 골반이 틀어지면 어떻게 될까? 줄기에 해당하는 척추뼈도 곧게 위로 뻗어 나가기 힘들다. 척추 뼈도 조금씩 틀어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척추 뼈 안에 있는 신경 다발도 압박을 받거나 뒤틀려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상황이 이러한 지경에 이르면 척추뼈에서 뇌로 이어지고 청신경 센터라고 불리는 뇌간에서 귀쪽으로 뻗어 나가는 신경계에도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본래 청신경은 각각의 청각 세포와 짝을 이뤄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되는데 골반, 척추, 뇌간의 틀어짐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청신경과 세포간의 매칭에 이격이 생기기 쉽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명,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이러한 구조는 본원에서 이석증을 비롯한 어지럼증, 이명증, 난청 등의 청신경 질환 개선에 ‘척추교정’치료를 적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청신경질환을 가진 모든 환자가 골반이나 척추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거나 틀어진 골반, 척추뼈를 바르게 교정했다고 해서 모든 청신경질환을 완벽하게 개선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임상적으로 보았을 때 청신경질환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 중에 골반과 척추의 틀어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단순히 귀에만 포커싱해 청신경 질환을 치료하는 케이스에서 큰 호전도를 보이지 못하거나 재발의 경우가 많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명, 난청, 이석증, 메니에르와 같은 청신경 질환이 발병했으나 치료 이후에도 호전도가 만족할 만하지 못하거나 치료 후에 재발이 잦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있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있다면 한가지 치료에 전념하거나 치료를 포기하기 보다는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병을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 난청, 이석증, 메니에르 등의 청신경질환이 ‘난치’의 영역인 것은 맞지만 ‘불치’의 영역은 아닌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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