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는 맹인 환자가 광유전학 실험을 통해 부분적으로 시력을 회복하여 수백만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보도했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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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약 200만명이 앓고 있는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RP)은 주로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에 진단되며 광수용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망막기능저하, 세포소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망막조직의 위축이 발생하면서 시력을 잃게 되는 난치성 질환이기도 하다.

미국 피츠버그대 안과학부 <호세 사헬> 교수와 스위스 바젤대 안과학부 <보톤드 로스카> 교수 공동연구팀은 광유전학을 통해 세계 최초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맹인이 앞을 보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은 발표했다.

광유전학은 빛과 유전학을 접목한, 빛으로 단백질 기능을 제어하는 학문 분야이다. 세포에 유전자를 삽입해 빛에 반응하면 신호 채널을 여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세포를 조절한다. 빛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해 신호를 주거나 거꾸로 신호를 내게 할 수 있다. 광유전학의 응용은 파킨슨,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환, 신경질환 등에 접목되어 기대가 되는 분야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광수용체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동연구팀은 뉴런의 전기 통로를 열어 빛에 반응하도록 개발된 광유전 센서 ‘크림슨 R’을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 바이러스에 넣은 후 환자의 눈에 주입하는 방법을 착안하였다.

사헬 박사는 “아데노 바이러스에 크림슨 R을 넣어 광수용 체세포에 전달하면 세포가 빛을 인식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세포막에 배치하게 된다. 이후 세포들을 변화시키고 바이러스와 단백질을 흡수하는 약 4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 빛을 인식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특수 고글을 씌워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도왔다. 빛에 대한 자극을 줄이고 빛 신호를 안정적으로 눈에 전달하기 위함이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는 마치 태양광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될 수 있다.

과거 동물 실험을 통해 이러한 기술이 효과가 있었다고 증명된 바 있지만 인간에게 실험하기는 처음이다. 실험에 참여한 환자는 40년 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은 58세의 남성이다. 바이러스를 눈에 투여하고 크림슨 R이 효과를 발휘하는 동안 연구팀들은 환자에게 고글을 착용시켜 테이블 위에 놓여진 물체를 구별하고, 가리키고, 세고, 집어들 수 있는지 테스트 훈련을 시켰다. 실험 4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대부분의 테스트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시력이 점점 더 좋아진 환자는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감지하고 하얀 줄무늬까지 셀 수 있었다. 접시, 머그잔, 전화기와 같은 물체를 인지할 수 있고 방 안의 가구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도 감지가 가능했다.

사헬 박사는 “환자는 최소 10년이상 시력회복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본다. 광유전학 치료가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시력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명확한 검증을 위한 추가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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