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0세부터 미혼 남녀도 '생애 최대 3회' 가임력 검사 지원 가능
하지만 난임 시술의 성공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크게 낮아진다. 특히 여성은 40대 중반 이후부터 임신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을 주목할만하다.

이에 정부는 작년 4월부터 ‘가임력 검사비 지원사업’을 도입하고 임신을 준비하거나 출산을 고려 중인 이들이 보다 이른 시기에 생식 건강을 확인할 수 있도록 검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미혼 남녀도 검사 대상에 포함되고 검사 지원 횟수도 생애주기별 최대 3회로 확대되면서, 1~2월 두 달 만에 9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이처럼 ‘가임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생식 건강 검진이 임신 준비의 시작이자 건강한 출산을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 가임력 검사비 지원사업이란?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가임력 검사비 지원사업’은 임신과 출산의 고위험 요인을 조기에 발견해 건강한 임신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성에게는 난소 기능을 확인하는 AMH 검사와 부인과 초음파 검사 비용을, 남성에게는 정자의 수와 운동성 등을 확인하는 정액 검사 비용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만 20세부터 49세 사이의 대한민국 국민 및 내국인 배우자가 있는 외국인으로 혼인 여부나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지원 횟수가 생애 1회에서 최대 3회로 늘어나 연령대별로 정기적인 가임력 점검이 가능해졌다. 연령 기준은 29세 이하 1회, 30~34세 1회, 35~49세 1회 등 총 3회로 구분된다.
여성의 경우 최대 13만 원, 남성의 경우 최대 5만 원까지 검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은 온라인 e보건소의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 또는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서 가능하다. 의뢰서 발급 후 3개월 이내에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후 1개월 이내에 비용을 청구하면, 3개월 내로 보건소를 통해 지원금이 지급된다. 단, 정부와 협약을 맺은 지정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며, 비지정 기관에서 검사를 받을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 일찍 확인할수록 '임신 건강'에 유리...가임력 검사받아야 하는 이유
가임력은 나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난소 기능은 30대 초반부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며 35세 이후부터는 급격하게 저하된다. 난소 기능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 AMH 수치는 나이에 비례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임신 가능성과 직결된다. 문제는 평소 본인의 가임력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난소 기능 저하나 자궁 질환은 정기적인 검진 없이는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남성 또한 예외는 아니다. 정자의 수, 운동성, 형태는 환경적 요인이나 생활습관, 질병 등에 영향을 받는다. 정액 검사를 통해 이상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면 필요시 정밀 진단이나 치료로 이어져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난임 시술이 보편화되면서 의료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시술 성공률은 연령이 높을수록 뚜렷하게 떨어진다. 결국 시술 여부를 떠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능한 이른 시기에 생식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생애 주기별 3회로 가임력 검사 지원을 확대한 것도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한 조치다. 자신의 생식 건강 상태를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이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임신은 단순히 시기를 조절하는 문제가 아니다. 나이에 따른 가임력 저하는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온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본인의 생식 능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지금 당장 결혼 계획이 없어도, 당장은 출산을 고민하지 않더라도 가임력 검사는 ‘언젠가의 선택’을 위한 소중한 데이터가 되어줄 수 있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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