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없이 생활 습관으로 생기는 '고혈압 환자' 늘어
나트륨·포화 지방 줄이자 혈압↓...한식에서도 'DASH'식단 적용 가능
문제는 나이, 유전, 식습관, 운동 부족 등 생활 습관의 영향을 받아 생기는 본태성 고혈압이다. 생활 습관이 주요 원인인 이 고혈압은 30대부터 서서히 진행돼 60대에는 10명 중 4명꼴로 발생한다. 하지만 고혈압은 식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하고 조절 가능한 질환이다.

◇ 습관만 바꿔도 혈압이 내려간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염분 섭취량이 많다. 국, 찌개, 젓갈, 김치 등 짠 음식을 자주 먹다 보면 나트륨 과다로 혈압이 쉽게 올라간다. 나트륨은 혈관 내 수분량을 증가시켜 혈압을 높이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하루 나트륨 권장 섭취량을 2,000mg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이를 크게 초과해 3,000mg을 넘는다. 이를 소금으로 환산하면 약 10g에 달한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하루 소금 섭취량을 절반 수준인 5g으로 줄일 것을 권고한다. 소금 섭취량만 줄여도 수축기 혈압이 평균 4~6mmH 낮아지고 심혈관질환 위험도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고혈압 전단계이거나 가족력과 생활 습관으로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라면 지금부터 식단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 찌개나 국을 끓일 때는 물양을 늘려 싱겁게 하거나 멸치·다시마·버섯 육수 기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간을 맞출 때도 소금이나 국간장 대신 저염 간장을 사용하면 조리 과정에서 나트륨을 줄일 수 있다.
햄, 소시지, 라면, 인스턴트 식품은 고혈압 환자가 피해야 하는 식품이다.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많아 고혈압에 악영향을 미친다. 식사할 때는 식재료 자체의 맛을 살려 먹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하게 가공식품을 사용할 때는 식품의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나트륨과 포화지방 함량이 낮은 제품을 선택하도록 한다.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커피와 술도 혈압을 올리는 대표적인 요소다. 이들 성분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신경계를 자극해 혈압을 높일 수 있다. 장기간 많이 섭취하면 혈관의 탄력도 떨어지고 동맥경화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실제로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면 혈압이 평균 4~10mmHg 정도 낮아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식사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적당한 양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끼니를 거르고 한 번에 몰아 먹으면 과식과 폭식을 할 위험이 커지고 야식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늦은 저녁 먹는 식사는 위와 혈관의 부담을 높이므로 되도록 피해야 한다. 하루 2~3끼의 식사를 4~5시간의 간격을 두고 적당히 먹는 습관을 들이자. 그리고 마지막 식사는 너무 늦게 하지 않는 것이 혈압과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 고혈압 예방 하는 '한국형 DASH'식단 실천하기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심장협회(AHA)에서 권장하는 대표적인 식사법은 바로 DASH 식단이다. 이는 ‘고혈압을 막기 위한 식사법(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의 줄임말로 채소, 과일, 저지방 유제품, 통곡물, 견과류, 생선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포화지방과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DASH 식단은 고혈압 관리뿐 아니라 심혈관 전반의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널리 권장된다.
한국인의 식생활에 맞게 DASH 식단을 실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쌀밥 대신 복합 탄수화물 중심의 잡곡밥을 선택하는 것이다. 현미, 귀리, 보리, 렌틸콩 등을 흰쌀에 1:1 비율로 섞으면 식이섬유와 미네랄 섭취가 늘어나고 포만감도 오래간다.
단백질 섭취는 붉은 고기보다는 두부, 콩, 생선, 닭가슴살, 계란 등으로 구성된 반찬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등어와 연어같은 등푸른생선은 오메가-3가 풍부해 혈압을 낮추고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된장국이나 김치찌개처럼 나트륨이 많은 국물 요리는 양을 줄이고 쪄낸 채소나 생채 반찬을 활용하면 DASH 식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기름을 사용할 때는 포화지방이 많은 동물성 기름보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올리브유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샐러드드레싱을 시판 제품 대신 올리브유와 레몬즙 등을 섞어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볶음 요리를 할 때도 올리브유를 약간만 사용해 조리하는 습관을 들이자.
또한 바나나, 시금치, 고구마처럼 칼륨이 풍부한 식재료는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조절에 효과적이다. 저지방 우유나 멸치, 참깨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은 혈관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아보카도, 들기름처럼 건강한 지방이 풍부한 재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다. 조리법도 중요하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찜, 삶기, 오븐구이 방식을 가장 추천한다. 자연스럽게 소금과 조미료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짜지 않고 맛있는 건강식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혈압은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식단과 생활 습관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젊은 층에서 고혈압 전단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기간의 식이조절보다 꾸준한 실천이 중요하며 가족과 함께 건강한 식생활을 공유한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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