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고령화는 ‘노후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인식을 뒤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중증질환을 치료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미관적 문제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질환까지도 적극 치료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인공관절 치환술)’이다. 해당 수술은 연골이 닳아버린 자연 관절을 대신해 새로운 관절, 즉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것이다.
최근 의료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인공관절 수술이 연간 100만 건에 육박할 정도며 국내의 경우 10만건에 달할 정도로 보편적 수술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 중 수술을 기피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수술 후 오히려 결과가 나빠질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관절 수술의 만족도는 81%에 이른다. 높은 수치 같지만 바꿔 말하면 10명 중 2명은 회의감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만족도가 떨어지는 원인은 수술 후 통증, 강직성, 불안정성 등 다양하다. 이에 정형외과 의사들과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들 그리고 인공관절을 생산하는 의료기기 업체들은 환자의 만족도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하여 다양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수술 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 째는 인공관절 수술의 정확도이다. 높은 정확도는 인공관절의 수명 연장을 가능케 하고, 수술 후 통증을 줄이며 빠른 회복을 도와 환자의 만족도를 높인다.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기존 인공관절 수술이 방식인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는 것 대신 내비게이션이나 로봇, 3D 프린터를 이용한 3D 시뮬레이션 인공관절 수술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 차원 발전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 AR) 기법을 접목시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두 번째 요소는 인공관절의 ‘디자인’이다. 무릎 관절은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실제 무릎관절과 유사한 인공관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 인공관절 디자인을 향상시키자 하는 노력은 1970대부터 20년 간격으로 지속되고 있다. 1세대 디자인은 인공연골의 마모에 중점을 뒀다. 고굴곡 인공관절과 여성형 인공관절은 대표적인 2세대 디자인이다. 3세대는 인공관절 수술 후 통증의 많은 원인이 슬개골 대퇴관절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개발됐다. 2010년 전후로 개발된 3세대 디자인은 실제 사람의 슬개 대퇴골 관절과 유사하게 개발하여 수술 후 통증을 감소하고자 했다. 연세사랑병원과 의료기기 업체 스카이브가 7년여에 걸쳐 개발한 한국형 인공관절 PNK가 바로 이 3세대 인공관절에 해당한다. 동양인의 무릎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팀은 수술의 정교함을 향상시킨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인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과 한국형 인공관절 PNK를 사용함으로써 정확도와 디자인을 모두 잡았다.
‘3D 프린팅’을 접목시킨 이 수술은 환자 개인마다 다른 무릎관절과 뼈 모양을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인공관절과 수술도구를 사전 제작해 수술을 시행하는 방법이다. 관련 설계 특허도 2건 보유하고 있으며, 맞춤 치료를 위한 ‘PSI’의 제작비용도 병원 측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로써 획일적으로 같은 크기와 모양의 인공관절과 수술도구를 사용하는 기존 수술과 비교해 수술시간의 단축은 물론 수술의 정확도 향상, 감염 및 합병증 예방, 인공관절의 수명 연장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연세사랑병원 서동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단축된 시간에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수술 중 환자의 출혈량도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 이에 ‘색전증’과 ‘폐색전’ 등 부작용의 위험성도 낮춰 고령자도 맞춤 수술이 가능해졌다”며 “실제로 한국인 1만 2천여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 PNK를 함께 사용해 수술 후 관절 가동각도와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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