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요소와 연결된 대한민국 핵심 재난... 전략적·공격적·계산적으로 접근, 미디어도 자살 연출에 주의해야
![유현재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매스컴학박사,보건정책석사)](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303061623430036086kpm_00.jpg&nmt=48)
또 하나 놀라는 팩트가 있는데, OECD 국가 중 1위, 즉 실질적으로 세계 1위의 자살률을 무려 15년쯤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간에 딱 한번 2위를 차지한 적이 있었는데, 자살률이 확 줄어 그런 게 아니라 어이없게도 리투아니아가 OECD에 새롭게 편입된 해였다고 한다. 물론, 그나마도 다음 해 다시 정상을 되찾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심각한 상황을 인지한 다음 우리가 나눠야 할 논의의 주제는 결국“자살률을 어떻게 떨어뜨릴 것인가?”에 대한 사항이 된다.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이 비율로 따지면 10만 명당 10명 수준이라고 하니, 우리의 10만 명당 약 26명은 무려 3배에 육박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은 찾아야 하기에 그동안 자살 예방 관련 연구와 실무를 진행해 온 한 사람으로 감히 몇 가지 제언을 드려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자살 예방에 있어 각자의 특정 분야만 해결책이라 여기며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제언이다. 관련 회의를 가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참석한 일부 인사들은 자신의 전문분야만 특히 강조하며 심지어 예산의 투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이 속한 영역이 더욱 큰 역할을 해야만 자살률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보태면서 말이다. 물론 존중은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뭣이 중헌디?’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란 말이 실감날 만큼 그 원인이 개인 차원에서 사회 전반의 다양한 이슈들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 국가의 자살률이 여타 국가들의 평균 세 배에 육박한다는 것은, 자살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라 뭐 하나 잘한다고 곧장 해결되는 그런 상황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무엇이 먼저고 나중이고 할 것 없이, 각자의 전문분야에 있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그냥‘무차별적으로’일단 하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혹시 회의 과정에서 자신의 영역이 다소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당분간은 우직하게 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자살은 정신건강, 복지정책, 종교적 노력, 문화적 접근, 미디어 속 장면에 대한 관리, 취약 계층에 대한 집요한 배려, 자살 수단에 대한 규제 등등 너무나 다양한 요소와 연결된 대한민국의 핵심 재난이다. 뭐부터! 가 아니라 뭐든지! 가 우리나라의 자살 현실에 맞다고 본다.
두 번째, 자살에 대한 예방 및 방지 노력은‘전략적이며, 공격적이고, 심지어는 계산적이어야!’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의 자살에 대한 문제는 해마다 9월이 되면 유난히 매스컴을 탄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 (매년 9월 10일)이 있기 때문이며, 즈음만 되면 국회는 물론 여기저기서‘갑자기’토론회에 세미나까지 행사들이 빗발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때만 지나면 다시 조용해지는 분위기가 지속된다. 이 같은 현상은, 상당수가 자살에 대해 걱정을 하긴 하지만, 정작 본인들의 노력이 자살 예방에 어떠한‘결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위 제언하는‘자살 예방은 계산적이며 공격적!’이란 말은 결국, 일반 사기업들이 마치 돈을 벌기 위해 처절히 노력하는 것처럼 치열해야만, 그나마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 보험회사에서 고객의 유치를 위해 실행하는 저돌적 노력은 1년 중 결코 한두 번에 그치지 않는다. 자살 예방도 꼭 그래야만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을 벌여도, 자살률을 실제로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작전인지 철저하게 판단하여 진득하게 수행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십 년 이상 요지부동 자살률은 움직여주지 않는다.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가 국가나 공공기관 혹은 전문가를 향한 제언이었다면, 세 번째는 직접적 당사자인 일반인을 위한 요청이다. 결코 쉽진 않겠지만, 자살이 우리네 삶 속 중요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만연해 있음을 인정하고 이제 과감하게 거부해 보자는 말이다. 자살과 관련된 문화 중, 여타 국가와 우리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우리 스스로 인생이 너무나 힘들 경우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특성이다. 너무나 쉽게“죽겠네!”를 연발하는 문화도 엄연히 존재하며, 인생의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끝내는 방식으로 자살이 대표적이라는 말이다.
미디어에서는 우리의 그런 사고방식을 상당히 매력적(?)으로 극화하여 참 많이도 등장시킨다. 드라마나 영화 속 빈번한 자살장면의 연출은 베르테르 효과의 일상화를 부추기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인생에 있어 자살도 선택일 수 있다는 문화는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을 뿐이다.
아빠의 눈을 띄우기 위해 딸의 죽음이 미화되는 심청전과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열녀문까지, 생활 속 들어찬 자살 관련 문화를 하루에 바꿀수야 없겠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어떠한 난관에도 자살을 떠올리지 않는 분위기를 위해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당연하다고 믿어온 문화가 바뀌어야만, 잔인한 현실도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유현재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매스컴학박사,보건정책석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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