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백신과 치료제 확보 시급... 지금보다 적극적인 감시체계 구축돼야
현재 국내 코로나19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해외에서 입국 시 격리 의무가 사라졌고, 인천공항 편수 제한도 모두 해제돼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가 있다. 국내 유행을 막기 위한 방안이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MI 연구위원회 신상엽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및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해외여행 후 의심 증상 발생 시 방역당국에 연락하는 국민의 협조, 원숭이두창 조기발견 감시체계 구축, 그리고 방역 당국의 3세대 두창 백신 도입 및 치료제 확보 노력이 모두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증상 수두와 비슷, 감별진단이 중요
원숭이두창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수두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환자도 의료진도 수두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원숭이두창은 보통 발진이 나타나기 1-3일 전부터 발열, 두통 증상이 나타나며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위의 림프절 종대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발진이 나타나면 얼굴부터 시작해서 팔, 다리, 손바닥, 발바닥 등으로 ‘원심성’으로 퍼져나간다. 다만, 성접촉에 의한 전파의 경우는 생식기 부위에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소양감(가려움증)이 심한 경우도 있으나 특징적이지는 않다.
발진의 양상은 처음에는 구진(동그란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서 수포, 농포, 가피의 단계로 진행되며 동일한 신체부위 내 발진은 주로 ‘같은 진행 단계’를 보인다.
수두는 미열, 두통, 근육통이 먼저 나타나고 소아는 거의 동시에, 성인은 1-2일 뒤부터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림프절 종대는 나타날 수도 있으나 특징적이지는 않다.
발진이 나타나면 주로 두피, 얼굴, 몸통 등으로 ‘구심성’으로 퍼져나가며 소양감이 매우 심한 것이 특징이다. 발진의 양상은 주로 24시간 내에 구진, 수포, 농포, 가피의 순으로 빠르게 진행되며 동일한 신체부위 내 발진이라도 ‘여러 진행 단계’를 보인다.
링 백시네이션(ring vaccination)을 위한 3세대 두창 백신 도입 및 치료제 확보
현재 국내에는 생물테러대응 및 국가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사용 목적으로 1세대와 2세대 두창 백신이 비축돼 있다.
그런데 원숭이두창에 정식 승인되지 못했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중증 백신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접종 금기 대상자가 많으며, 특히 1세대 백신의 경우 수십 년간 동결 건조된 상태로 보관돼 왔기 때문에 그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여서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 시 실제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때문에 최근 정부에서는 바바리안 노르딕사의 3세대 두창 백신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기존 백신보다 안전성과 효과성이 크게 개선됐고 접종 금기 대상이 거의 없어 국내 도입 시 원숭이두창 예방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 백신은 2019년 미국 FDA에 의해 원숭이두창에도 사용이 승인됐다.
3세대 두창 백신이 국내 도입됐을 때 접종의 대상과 범위에 대한 정책 결정도 필요하다. 신 상임연구원은 “원숭이두창은 밀접 접촉이 아니면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나지 않으며, 백신의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을 고려했을 때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 유행한다고 할지라도 전국민 예방접종은 적절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때문에 ‘링 백시네이션(ring vaccination)’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링 백시네이션은 전염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확진자와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및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대상자만 백신을 접종한다. 확진자 주변을 접종을 통한 반지(ring) 모양의 방어벽을 구축해 지역사회 유행을 막는 정책으로 과거 두창과 에볼라 유행 시에도 적용돼 어느 정도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원숭이두창 치료제 확보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테코비리마트(tecovirimat, TPOXX, 티폭스)는 두창 치료에 대해서 미국 FDA, 유럽 EMA, 캐나다에서 정식 승인을 받았고 원숭이두창 치료에 대해서 유럽 EMA 승인을 받았다. 고가의 약이지만 해외에서는 대량 비축 중으로 우리나라도 두창 및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에 대비해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진단 어려워.. 보다 적극적 감시체계 구축해야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길어 공항 검역 단계에서 걸러지기 어렵고 국내 유입 시 사람 간 전파를 통한 유행이 가능하고 치사율도 높은 편으로 국내 유입 시 환자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해외여행자의 경우 귀국 후 3주 이내 발열, 오한, 수포성 발진 등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질병관리청 콜센터로 먼저 문의하도록 안내하고 있고,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의료기관의 경우 환자 발생 시 24시간 이내 신고하고 감염자를 격리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원숭이두창의 경우 일선 의료기관에서 진단할 수 없고, 의심환자 발생 시 질병청에 검체를 의뢰하고 환자를 격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고는 실제적으로 이 과정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
신상엽 상임연구위원은 “감염내과, 비뇨의학과, 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 의심환자 감시체계를 구축해 의심환자 발생 시 의료진이 방역 당국에 바로 신고하고 이후 검체 의뢰, 환자 격리 및 역학 조사는 방역 당국의 책임 하에 바로 진행되는 더욱 적극적인 방역체계 구축을 한시적으로라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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