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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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인이 어느날 기억력과 집중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데다가 걸음을 잘 옮기지 못하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증상이 심해지더니 이불이나 옷에 대소변을 지리는 일도 왕왕 발생했다. 가족들은 치매라고 생각했으나 뜻밖에 병원 검사에서는 ‘정상압 수두증’이라는 낯선 질환이 진단됐다.

노령에 발생해 치매와 분간하기 어려운 이 병은 국내 65세 이상의 노인의 1~2%, 즉 100명 중 한두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주로 70대 이상에서 잘 발병한다. 언 듯 치매 혹은 파킨슨병과 비슷해 보여 잘 진단되기 어렵지만, 이들 질환과 달리 조기 발견 및 진단할 경우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 About, 정상압 수두증

우리 뇌는 두개골 안에서 뇌척수액에 의해 마치 떠있는 것과 같은 상태로 있다. 두개골이 뇌를 누르거나 외부 충격이 가해질 때 뇌가 물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지 않는 것은 뇌를 둘러싼 뇌척수액이 완충 작용을 해주기 때문이다.

뇌척수액은 뇌실 속 맥락총에서 생성되어 뇌 주변을 순환한 뒤 거미막 융모에서 흡수 되면서 일정한 양을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뇌철수액의 적정양은 120~150mL이다. 뇌척수액의 생성량이 많아지거나, 흡수가 잘 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척수양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수두증’이라고 한다.

이중 정상압 수두증은 뇌척수액으로 인한 압력은 정상범위이지만 뇌척수액의 양이 많아 뇌를 압박하는 증상을 말한다. 압박받은 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보행·배뇨장애, 기억저하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 증상만으로는 치매 혹은 파킨슨병과 유사해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발병 요인에 따라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병하는 가족성과 지주막하 출혈이나 수막염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2차성으로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경우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이 많다.

◎ About, 정상압 수두증 증상

과다한 뇌척수액이 인지, 운동, 배뇨 기능을 조절하는 중추를 압박하며, 인지기능의 저하와 요실금, 보행 장애 등 세 가지 주요 증상이 나타난다. 노령에 발생하기 때문에 혼동할 만한 다른 요인들이 많은데, 인지기능 저하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증상이기도 하며, 보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파킨슨병이나 노쇠로 여길 수 있다. 때문에 보호자의 관찰이 중요하다.

1 보행장애

비교적 초기부터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폭이 줄어들고 발을 끌 듯이 걷는 모습이 잘 나타난다. 미극 옛 코미디배우 찰리 채플린과 같은 안짱다리걸음이 특징적이다. 또 보행이 불안정하고 방향이 바뀔 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잘 넘어진다.

2 인지기능 저하

기억력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말소리와 반응이 느리고 표정의 변화가 적으며 멍하니 있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의욕이 떨어져 앉아있거나 누워있으려고 하기도 한다.

3 요실금

증상이 진행되면서 배뇨장애가 나타나면서 요실금 증상을 보인다.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을 가려고 하면 이미 소변이 나오고 있는 식이다. 방광에 소변을 모아두는 능력이 떨어져 나타난다.

◎ About, 정상압 수두증 자가진단

1. 걸음이 느려지고 보폭이 줄어든다.
2. 안짱다리, 발바닥으로 발을 끌 듯이 걷는 등 걸음걸이 모습이 바뀌었다.
3. 걷다가 방향을 바꿀 때 넘어지는 일이 잦다.
4. 집중력이 떨어져 독서나 대화 등을 오래할 수 없다.
5. 좋아하던 취미 생활도 의욕이 떨어져 하지 멀리한다.
6. 멍하니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경우가 많다.
7. 소변을 참지 못해 옷에 실수하는 일이 있다.

위의 증상 중 하나이상이 해당될 경우 병원에 들러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 About, 정상압 수두증 진단 및 치료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완전한 치료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현재로서는 증상 진행을 완화하는 약물 치료가 중심이다. 손상된 뇌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압 수두증’은 구조적, 물리적으로 뇌가 눌려있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으로 수술적 치료를 통해 비교적 완치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 수행에 지장이 생긴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과 정상압 수두증 모두 넓게 ‘치매’라는 범주에 속하긴 하지만, 치료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진단 과정은 뇌척수액이 위치한 ‘뇌실’의 크기가 커진 것을 영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CT나 MRI 등을 통해서 진단이 가능하다. 이후에는 허리 척추(요추)의 척수에 바늘을 삽입해 30~50cc 정도 뇌척수액을 뽑아낸 뒤 증상 개선 여부를 확인한다.

정상압 수두증일 경우 뇌척수액 배액을 통해 인지ㆍ보행ㆍ배뇨 증상이 개선되나 오랫동안 지속되진 않는다. 정상압 수두증이 맞는지, 수술을 받는다면 증상이 개선될지 가늠해보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이러한 배액술이 충분한 효과를 보인다면 반영구적ㆍ지속적으로 뇌척수액을 배출하는 우회로를 만드는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뇌척수액이 있는 뇌실에 관을 삽입하고 복강이나 척수강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션트 수술’이다. 장치에 압력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 제거되는 뇌척수액이 과다해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는 “정상압 수두증의 증상은 치매 혹은 파킨슨병과 매우 비슷하지만 이들 병과 달리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적절한 시기에 병을 찾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수술로도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이상이 발생할 경우 병원을 찾아 전문가로부터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고 조언했다.

도움말분당서울대병원신경과박영호교수
도움말분당서울대병원신경과박영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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