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0도에 이르는 삼복 무더위 속에 이뤄진 의료봉사에는 그린닥터스 재단 정근 이사장(전 부산대의대 안과교수)를 비롯해 윤성훈 진료원장(정형외과), 이명기 부원장(신경외과), 조정미 재활의학과 과장 등 온종합병원 의료진, 한의사 최철호 원장 등 5명의 의사들이 참여했다. 또 정복선 이사, 주연희 부장 등 온종합병원 간호부 수간호사 20명을 포함해, 물리치료사 3명, 김우택 전략본부장 등 온종합병원 40명, 김승희 부이사장, 박명순 사무총장 등 그린닥터스 회원 40명 등 모두 80명이 여름 삼거마을 의료봉사에 동참했다.
114년 역사를 자랑하는 삼거교회에 차린 그린닥터스 임시진료실에는 대부분 팔순을 넘나드는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찾아왔다. 전체 80가구의 주민들은 대개 고령에다가 오랜 농사일에 지쳐 무릎이나 허리, 어깨, 팔다리 통증과 눈 질환을 많이 호소했다. 고령이어서 대개 혈압도 정상치보다 높았다.
일흔여섯 한 주민은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12년 전에도 여기 삼거마을에 오셔서 주민들에게 안과, 정형외과 등 무료 진료봉사를 했는데, 또다시 보니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또 12년 세월동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셨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없다보니 마을이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시골에서는 안과 의사를 만나기 쉽지 않아, 매번 농어촌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가면 안과 진료소로 주민들이 많이 몰려온다”며 “단 하루 개설되는 임시 진료소이다 보니, 외래진료를 마치면 반드시 백내장과 녹내장이나 안구건조증 등에 대한 간단한 관리요령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또 거동이 불편해서 임시 진료소 방문이 어려운 어르신 2명의 집을 찾아가 왕진봉사도 펼쳤다.
올해 마흔넷 할머니는 무릎이 안 좋아 거동만 불편할 뿐 인지기능은 흐트러짐 없이 좋았다. 고령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는 머리맡에 월별 계획표를 만들어놓고 하루 일정을 촘촘하게 관리할 정도로 정신건강은 양호했다.
두 번째 왕진 간 아흔 넘은 부부는 두 분 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는 콩팥이 나빠 투석을 받고 있었다. 거동 불편한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워 필담으로 겨우 의료진과 소통했다. 할아버지는 무릎 통증과 함께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발바닥 감각까지 무뎌진 할아버지는 신경외과전문의인 이명기 부원장과 재활의학과 조정미 과장이 진료했다.
할아버지는 집을 나서는 의료진에게 “누추한 집에까지 직접 오셔서 아픈 데를 보살펴주니 뭐라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땀 흘리며 진료 봉사하는 온병원그룹 의료진과 진료실을 찾은 어르신들에게 현장서 직접 만든 미숫가루 음료와 시원한 수박을 제공했다. 청소년 자녀들과 함께 의료봉사에 동참한 그린닥터스 학부모회원들은 진료실이 설치된 교회 식당에서 국수를 삶아 삼거마을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대접했다.
삼거교회 박래환 담임목사는 "삼곡마을 주민 대부분 고령층이어서 아픈 데를 달고 살지만, 워낙 산골이어서 의료기관 이용이 쉽지 않은데 의료봉사단체가 와서 왕진봉사까지 해주니 너무 고맙다 "면서 "사실 어르신 상당수가 독거노인이어서 도시 봉사단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이 큰 위로를 받게 될 것"이라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한편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삼장면 삼거마을 봉사를 끝내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마철에 복숭아 수확기를 놓칠까 발을 동동 구르는 과수원을 찾아가 농촌일손 돕기에 나섰다. 30여 명의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삼랑진읍 우곡리 만어농장에서 폭염에 습도가 높아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땅까지 질척거리는 과수원에 들어가 일손 부족으로 미처 따지 못한 조생종 홍백도 복숭아 수확을 거들었다.
만어농장 측은 “오늘밤에 장맛비 소식까지 겹쳐 남은 복숭아는 포기할까 했는데, 도시의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한 해 흘린 땀이 헛되지 않게 됐다”며 그린닥터스 봉사단에 거듭 고맙다고 인사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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