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가 가장 빈번하게 초기 발병할 수 있는 시기이다. 처음 상기 질환이 의심되는 급성기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신체적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들, 뇌의 구조적 이상 등을 확인하기 위한 MRI, 뇌파검사를 시행하고,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적 검사에서 이상이 있어서 발생한 증상인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검사 상에서 정상 소견이 확인된 경우에는, 정신과적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단과, 증상의 정도와 종류, 그리고 적절한 치료 방향의 결정을 위해 초발 시기에 종합심리검사를 받는 것을 권고한다.
상기 질환의 초기 발병이나, 이로 인한 증상의 발생 이유는 말 그대로 중추신경계의 생물학적 취약성 혹은 결핍 요인을 태어날 때부터 타고났기 때문이다. 물론 생물학적 취약성을 타고난 환자가 스트레스 상황을 겪었을 때 트리거(방아쇠)가 되어서 초기 발병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때로는 스트레스 요소 없이 갑자기 발병하기도 한다. 환자의 심리적 요인 때문에 발병한 것이 아니므로, 양육 과정에서의 잘못 때문이라고 부모가 지나친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특히 정신력이 약해서, 환자의 의지가 약해서 발병한 질환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보호자는 알아야한다.
중추신경계에서 뇌세포 간의 신경전달물질 조절의 어려움으로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의 기전 특성 상, 약물 치료는 급성기 증상을 호전시키고 증상의 재발을 막는 첫 번째 방법으로 시도된다. 청소년에서의 정신과적 약제 사용도 식약처와 미FDA 등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약제를 용법, 용량에 맞추어 처방하므로, 영구적인 신체적 위해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정신과 전문의에게 먼저 알리기만 하면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약물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나, 약물치료에 호전이 더디고 부족한 경우에는 ECT, TMS 등의 비약물적인 뉴로모듈레이션(뇌신경조절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발병 초기에 질병의 특성 및 치료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편견으로 인해, 또는 뇌의 문제로 인한 증상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발병 초기에 적극적인 정신 의학적 치료를 주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증세가 악화되고 환자와 가족 간의 갈등은 더욱 심해지며,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정신과적 치료 약제에 대해 지나친 두려움과 편견을 갖고 있는 보호자가 오히려 초기 의학적 치료를 늦추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어 정신과적 치료약물 초기 사용 당시에만 흔히 발생하는 ‘졸음, 소화불량, 일시적 인지저하와 생활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에 민감하게 걱정하여, ‘정신과 약은 독하다, 몸에 안좋다, 뇌가 나빠지고 멍청해진다, 중독성, 의존성이 있다’ 등 전혀 사실무근인 이야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하여 의학적 가이드라인에 따른 치료 방법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이로 인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서 먼저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심리치료에만 오랫동안 매달리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물론 급성기 증상의 완화 후에는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물론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심리치료 단독’으로는 ‘생물학적 요인로 인한 정신과적 질환’의 특성 상 증상 자체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없다. 심지어 무속신앙에 거금과 긴 기간을 투자하여서 의학적인 치료가 상당히 지연되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꽤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생물학적 원인으로 인해 정신과 질환은, 안타깝지만 초발 이후에는 평생 안고 살아야하는 재발성 만성질환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환자와 가족 모두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것이다. 어쩌면 난치성 암이나 영구적인 장애 진단을 받은 정도의 충격을 받을 것이고, 가까운 친척, 친구에게도 쉽게 말하기 힘든 심정은 그 이상일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증상 발생 초기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의학적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면, 비교적 소량의 약물 치료로 증상이 완전히 없는 상태로 쉽게 호전 될 수 있다. 증상이 오래 지속되고 악화되는데도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DUI;Duration of Untreated Illness)이 길어질수록, 많은 양의 치료 약제나 ECT, TMS 등의 뇌신경조절술에도 치료가능한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 빠른 의학적 치료의 시작이 중요하다.
그리고 빠른 의학적 치료의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급성기 증상에서 회복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통원 진료가 필요하며, 그 중에서도 반드시 ‘약물 유지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생물학적 요인의 정신과 질환’의 특성 상, 약물 유지 치료를 중단하면, 특별한 이유 없이도 증상이 주기적으로 재발하는 질환 자체의 특성이 있다. 또한 스트레스 요소에 대한 중추신경계 조절 능력의 취약성 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수 개월 내지 수 년 마다 증상의 주기적인 재발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급성기 증상이 자주 재발할 수록 그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에는 점점 더 많은 약물의 종류와 양이 필요하고, 그만큼 약물치료의 부작용의 정도 또한 증가하며, 안타깝게도 치료를 지속하여도 잔존 증상이 남아있게 되며, 이로 인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적, 사회적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지는 ‘사회적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
유지 치료 단계에서는 현재 증상의 정도와 재발 유무, 약물 부작용에 대해 경과 관찰을 하고, 졸음, 체중변화, 월경불규칙 등의 부작용으로 인한 생활 속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 약물 용량을 낮추거나, 조심스럽게 다른 약제로 교체를 시도해가며 ‘약물 유지치료’를 지속하고 증상을 관리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렇게 증상의 재발을 예방하고 얼마든지 발병 전과 같은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난치성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고 증상의 재발 반복을 예방할 수 있다.
청소년기에서 초기 성인기에 초발하게 되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정신과적 질환’을 진단받았다고 해도, 의학적 ‘조기 치료’와 ‘유지 치료’를 하며 관리해간다면, 진단을 결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과 같이 꾸준히 관리하면 합병증의 발생 없이 얼마든지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조기 발견하여 치료한 암과 같이 치료 후 주기적인 증상의 추적관찰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러면 청소년기에 초발한 환자들도 증상의 재발 없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일, 학습을 해나갈 수 있고, 자신감을 잃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행복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하고 싶다.
(글 : 삼성공감정신건강의학과 윤지환 원장)
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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