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동물병원조결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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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보호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중성화수술 꼭 해 주어야 하나요?”이다. 중성화수술이란, 반려동물의 생식 기관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수컷은 고환을 제거하고 암컷은 자궁과 난소를 제거한다. 많은 매체에서 반려견·반려묘 중성화수술의 필요성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아직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수의사 된 입장에서 말해 보자면 중성화수술이 반려동물에게 주는 이점은 매우 분명하다.

먼저 행동학적인 문제를 교정할 수 있다. 행동학적 문제에는 물건 등에 영역 표시를 하는 마킹, 인형이나 베개, 사람 다리 등에 하는 마운팅 등이 있다. 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집에서 탈출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이 몸에 습관으로 베어버리면 교정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중성화수술을 해 주는 시기도 중요하다.

암컷은 첫 발정이 오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 행동학적 문제 뿐만 아니라 자궁축농증, 유선종양처럼 호르몬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축농증이란, 말 그대로 자궁에 고름이 차는 질환이다. 주로 노령의 아이들에게 발병하며 고름이 생식기 밖으로 비칠 때까지 인지하기 어렵다. 생식기 밖으로 고름이 보인다는 것은 이미 자궁 내에 농이 가득 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빠른 수술이 필요하다. 제때 치료하지 못할 경우 패혈증, 복막염과 같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선종양은 배나 가슴 근처에 생기는 다양한 크기의 종양이다. 암컷에게 나타나는 종양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며 재발이나 전이 가능성이 75%로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악성일 확률이 90%이므로 반드시 미리 중성화수술로 예방해 주어야 한다.

수컷은 생후 5개월 전후 고환이 모두 아래로 내려왔을 때 수술해 주는 것이 좋다. 고환이 모두 아래로 내려온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 되는 보호자들이 있을 것이다. 수컷은 두 개의 고환이 모두 뱃속에 있는 상태로 태어난다. 이 고환은 생후 5개월 전후가 되면 낭심으로 모두 내려오는데 이때 한쪽 고환이 내려오지 못하고 피하나 복강 내에 있는 것을 잠복 고환이라고 한다. 수컷도 암컷과 마찬가지로 중성화수술을 통해 고환암, 전립선염, 항문 종양 등과 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고환암은 복강 내 잠복 고환이 있는 아이들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중성화를 진행해 주어야 한다.

중성화수술을 하면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걱정하는 보호자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대사량이 저하돼 비만이 올 수 있다. 하지만 먹는 양을 조절해 주고 산책이나 사냥놀이 등으로 더 많이 움직이면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중성화수술을 한 반려동물의 수명이 하지 않은 반려동물보다 약 2년 정도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2년은 정말 소중하다. 소중한 반려동물과 더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태어난 모습 그대로 함께 하고 싶은 보호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중성화수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글 : 돌봄동물병원 조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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