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동물병원김정재수의사
동탄동물병원김정재수의사
혈뇨를 본다는 이유로 동물병원을 찾아오는 반려동물 중 대부분은 비뇨기 질환이 원인이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70% 이상이 방광, 비뇨기계, 요로계 질환을 경험하는데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물을 잘 마시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질환 중에서도 가장 많이 겪는 질환은 하부 요로계 질환이다. 하부 요로계 질환은 고양이의 방광과 요도에 영향을 주는 비뇨기에 생긴 문제를 모두 통칭하는 질환이다. 주된 원인은 세균감염으로 인해 생긴 결석, 음수량 부족, 환경 변화 및 미용 등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이다.

하부요로계질환은 비폐색성과 폐색성으로 나뉜다. ‘비폐색성 질환’은 소변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반면 ‘폐색성 질환’은 요도 내에 쌓인 결석과 이물질 등으로 인해 소변이 아예 배출되지 않는다. 폐색성 하부요로계질환은 암컷보다 요도가 좁고 긴 수컷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게다가 수컷의 요도는 아래로 한 번 꺾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협착되거나 막힐 확률이 더 높다. 반려묘가 지나치게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거나 화장실에서 오래 나오지 않는다면 하부요로계질환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만약 해당 증상이 지속되거나 12시간 이상 소변을 한 방울도 보지 않는다면 응급 상황이므로 바로 동물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빠른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쌓인 노폐물과 독성 물질로 인해 급성 신부전, 요독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요도 폐색이 심하지 않은 비폐색성이라면 내복약이나 환경 개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폐색성 하부요로계질환일 경우, 최대한 빨리 막힌 요도를 뚫어 주어야 한다. 보통 요도카테터를 장착해 방광, 요도에 쌓여 있는 이물질이 빠져나갈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치료를 해도 병이 재발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요도포피문합술’이라는 외과적인 수술을 진행한다. 요도포피문합술은 결석, 슬러지 등으로 막힐 수 있는 요도의 좁은 부위를 절개하고 넓혀 준 뒤 포피를 남겨 두었다가 절개된 요도와 직접 연결해 주는 수술이다. 수술 방법만 보았을 때에는 복잡하고 위험해 보이지만 영구적으로 폐색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수술 방법이다.

하부요로계질환은 평소에 잘 관리해 준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우선 주된 원인인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한다. 강아지, 고양이 모두에게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반려동물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화장실은 여유 있게 배치해 주는 것이 좋다. 다묘 가정이라면 고양이 수보다 많은 화장실을 여러 곳에 두는 것을 권한다. 만약 개수를 맞춰 주는 것이 힘들다면 자주 청소해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하자. 요로계 질환은 음수량 관리도 중요하다. 소변을 많이 볼수록 방광에 쌓이지 않고 체내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고양이 분수대를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흐르는 물은 용존산소량이 높아 고양이가 신선하고 맛있다고 생각해 음수량 증가에 도움이 된다. 단, 청각에 예민한 고양이 특성을 고려해 모터소리가 큰 분수대는 권하지 않는다.

비뇨기계, 요로계에 생기는 질환은 보호자가 조금만 반려견, 반려묘에게 신경 쓴다면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예방법을 잘 숙지하고 조금이라도 반려동물에게 배뇨 이상 증상이 보인다면 반드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

(글 : 동탄동물병원 김정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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