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한의원평택점박영준대표원장
숨쉬는한의원평택점박영준대표원장
지난해 5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선언 이후 6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실로 3년 4개월 만에 마스크로부터 해방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한편, 일상에서 마스크가 멀어지니 그동안 잠잠했던 각종 감기 바이러스들이 가까워졌다. 이는 면역력이 취약한 소아들의 지속적인 감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어졌고, 전국적인 소아과의 ‘오픈런 신드롬’을 낳게 되었다.

보통 영아들의 경우 모유 수유가 끝나는 시점부터 감기에 걸리기 시작한다.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하는 1년간 계절별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연 6~8회 감염된다. 비로소 일 년이 지나고 면역력을 취득하게 된 아이들은 소아과 내원일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3년 4개월의 방역 기간은 영유아들의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획득 상실의 시간이기도 했다. 오래전 과학자들이 성장기에 겪는 감염이 면역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동물실험을 했는데, 생쥐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완벽한 무균 환경에서 길러본 것이다. 병원균이 전혀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자랐으니 건강하게 성장할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무균 환경에서 곱게 기른 생쥐를 평범한 사육 환경에 되돌려 놓으면 심각한 감염으로 곧바로 죽어버렸다. 죽은 생쥐를 해부해 보니 림프절과 같은 면역계통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았다. 손소독, 마스크, 거리 두기 생활은 본의와 달리 영유아들에게 위 실험의 생쥐와 같은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면역력이 약해서 감기에 자주 걸려”할 때의 ‘면역력’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며 일생 동안 변치 않는 선천적 면역(innate immunity)이 아니라 반복된 병원체의 노출에 현격히 증강된 한 병력을 갖게 되는 획득성 면역(specific acquired irmnunity)이다. 방역기간 동안 안 걸렸던 감기를 단시간 내에 연속하여 치러내는 모습이다. 무엇이든 순리에 어긋나는 현상에는 큰 부작용이 따르듯 영유아들의 호흡기 건강에 한계가 온 듯하다. 지난해 봄과 여름 폭풍처럼 돌았던 아데노바이러스, 다시 돌아온 수족구와 원인 모를 구내염, 지난 9월부터 돌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창궐하는 독감, 4년 주기로 찾아오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까지 이제는 다시 방역을 해야 되지 싶을 정도이다.

이론대로면 획득면역의 기회를 가졌으니 항체를 형성하여 같은 바이러스에 재차 노출될 때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로컬에서 진료하다 보면 그렇지 못한 결과를 흔히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독감 예방접종을 했음에도 한 달 간격으로 같은 독감에 반복하여 걸리고 오는 아이들을 보면 항체형성과 면역력의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한의학에는 ‘正氣存內(정기존내), 邪不可干(사불가간)’, ‘邪氣所湊(사기 소주), 其氣必虛(기기 필허)’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몸 안에 정기가 강하면 사기가 침입할 수 없고, 반대로 사기가 들어온 것은 정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아이들이 장기간 집중적인 병치레를 하다 보니 아이들의 정기가 크게 떨어져 항체 취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영유아의 보건을 위하여 상한론과 온병학으로 세밀한 증상관리가 가능하고 정기보존으로 면역력을 제고할 수 있는 치료가 절실하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글 : 숨쉬는한의원 박영준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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