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병은 의외로 흔한 질환, 바로 ‘이석증’이다. 전정기관 중 하나인 이석기관의 이석(耳石)이 제자리를 이탈해 나타나는 질환으로 모든 어지럼증의 원인질환 중 30~40%를 차지할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이석증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의 심각성에 비해 진단과 치료가 간단하고 빠른 편이다. 그러니 이석증이 나타날 경우 당황하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 About, 이석증
한자로 이석(耳石)은 귓속의 돌이라는 의미지만 실상은 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탄산칼슘 덩이다. 이석은 몸의 균형을 잡는 진정기관의 하나인데, 이것이 자리를 이탈해 또 다른 진정기관인 반고리관에 들어가서 나타나는 이상증상이 바로 이석증이다.
반고리관은 내림프액이라는 액체로 채워져 있는데 이곳에 이석이 들어가게 되면 머리를 움직일 때 반고리관 안에서 이석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림프액이 출렁거리게 된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내림프액의 흐름은 평형감각을 자극해 가만히 있는데도 천장이나 주위가 빙빙 도는 듯한 심한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국내 이석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정기능 장애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8년 102만8058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 114만9215명으로 4년 새 11.8% 증가했다.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지만, 주로 40대 이상 중·노년층,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 About, 이석증 원인
이석이 이탈하는 원인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외부 충격, 골밀도 감소, 바이러스 감염, 약물의 부작용으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역시 이석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노화와 스트레스 등도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 About, 이석증 증상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어지러움이다. 경미한 어지러움부터 시작해 공황장애에 가까울 만큼 심각한 어지러움까지 다양하다. 주로 현훈(vertigo),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빙글빙글 회전하는 듯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다행히 어지럼증은 보통 1분 이내의 짧은 시간만 발생한다. 하지만 머리를 움직이면 내림프액이 흔들려 같은 어지럼증이 반복된다. 어지럼증이 심하면 메슥거리는 증세와 함께 구역, 구토, 안구의 비정상적 움직임(안진), 식은땀 등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메니에르병처럼 이명이나 청력 저하 등 귀의 이상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 About, 이석증 자가진단
1. 아무 전조증상없이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발생했다.
2.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이다.
3. 어지러움과 함께 구토감이나 식은땀, 두통 등이 나타난다.
4. 안구진탕으로 시선 맞추기가 어렵다.
5. 증상은 1분 내외로 짧다.
6. 전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진 적 있다.
이 중 1개 이상 해당될 경우 병원을 찾아 전문가와 상담이 권장된다.
◎ About, 이석증 진단과 치료
이석증은 머리와 몸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안구에서 나타나는 안진을 관찰하는 체위안진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머리를 좌우로 45도 회전시킨 상태에서 뒤로 눕히면서 안진이 나타나는지 보거나,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좌우로 돌리면서 특징적인 증상과 안진이 나타나는 지를 확인한다. 안진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안구가 특정한 방향으로 반복해서 튀는 움직임을 말한다.
전은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 진단 자체는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아형을 가지고 있어 부 지식을 숙지하고 안진의 양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해야 정확하게 병변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석증은 보통 가만 놔두면 수주에서 수개월 후 저절로 없어지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훨씬 더 빨리 좋아질 수 있다. 치료는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를 통해 치료한다. 이석정복술은 반고리관의 내림프액 속에 흘러 다니는 이석 입자를 제 위치인 난형낭 쪽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으로, 환자의 몸과 머리를 일련의 방향과 각도로 움직여주는 치료다. 치료 시간은 약 15분으로 통증은 없지만 시술 중 어지럼증이 있을 수 있다. 대개 2~3회 치료로 약 90%에서 성공적으로 치료된다.
이석정복술에도 잘 낫지 않는 경우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특정 자세를 반복적으로 취하게 하는 습관화 운동을 하기도 한다. 또 몇 달 동안 치료해도 낫지 않는 난치성 이석증은 반고리관을 막는 반고리관폐쇄술이라는 수술적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 About, 이석증 예방과 관리
한번 이석증이 나타나면 치료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재발되기 쉽다. 독일 뮌헨대 신경과 연구진이 이석증 환자 125명을 6~17년간 관찰한 결과, 5년 이내 평균 재발률이 33~50%였다. 따라서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 다시 치료하는 것이 좋다.
또 평소에 스트레스를 피하고,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인 야외활동을 통해 골대사와 혈액순환을 증진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생활 수칙이 도움이 된다.
전은주 교수는 “최근 비타민 D 결핍이 이석증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매일 햇볕을 쬐어 비타민 D 체내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평소 머리를 거꾸로 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자세를 피하고, 머리 쪽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이석증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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