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탈원화 정책으로 환자들 치료 못 받고 사회에 방치... 가족 아니라 국가가 조기발견 및 치료 책임져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제안한 국민안심입원제도와 국민안심치료제도의 정착을 위한 3대 내용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아울러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 폐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법과 제도의 정비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의 시행 등 3가지를 촉구했다.
의사회는 “최근 수 차례의 길거리 칼부림 사건 등에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이 언급되면서 자칫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지고 치료가 필요한 분들이 치료에서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수년 전 많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안인득 사건, 정신과 전문의 피살 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진 이후에도 제도적 개선은 전혀 없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고 개탄했다.
도리어 코로나 판데믹 시국에 감염 예방을 명분으로 급격하게 진행된 시설 규정 강화로 인해 지난 2-3년간 유수의 정신과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폐원했으며, 전국적으로 1만 개가 넘는 정신과 입원 병상이 단기간에 사라졌다는 것.
또한 재활과 거주 등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된 탈원화 정책으로 인해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회의 여기저기에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사회는 3가지 방안을 촉구했다.
첫째.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 폐지. 입원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의 가족들은 신체적, 정서적 위험에 처하거나 환자 돌봄을 위해 자신의 생계나 생활을 희생해야 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환자의 적절한 조기 치료 역시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실현 가능한 법과 제도의 정비. 인권 보호와 병동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성급하게 시행되었던 제도들로 인한 급격한 치료 환경의 변화는 오히려 정신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만큼, 이제라도 정신 보건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법과 제도의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셋째,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의 시행.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와 치료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이송과 입원 과정 등에 필요한 정신응급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퇴원 이후에도 국가 책임 하에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외래 치료 명령 제도를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탈원화는 무작정 병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벗어난 정신질환자들의 재활, 거주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세밀한 준비와 구체적인 계획 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더 이상 국가는 정신질환자의 돌봄과 치료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지 말고 그 발견과 이송, 재활과 거주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에 정신 보건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법과 제도를 서둘러 마련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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