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비동물병원안정근수의사
커비동물병원안정근수의사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수풀이 우거지고 이로 인해 벌레들도 많아진다. 이 해충들은 행복한 산책 시간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된다. 해충은 강아지가 풀밭, 숲, 공원 등에서 산책 시 피부나 털에 붙는다. 보통 냄새를 맡거나 마킹할 때, 풀이나 잎사귀에 몸을 비비는 행동을 할 때 많이 붙는다. 많은 해충들 중 가장 조심해야 할 존재는 진드기이다. 반려견에게 붙는 야생 진드기는 몸이 딱딱한 외피로 덮여 있고 3~22mm 정도로 집진드기보다 크기가 크다. 실제로 외부기생충에 감염돼 병원에 방문하는 사례는 가을, 겨울철보다 따뜻한 봄, 여름철에 더 많다.

진드기에 물리면 바베시아감염증, 라임병 등 다양한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 이렇게 감염된 질병이 전염되면 강아지뿐 아니라 보호자, 함께 사는 고양이가 있을 경우 반려묘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그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은 가장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질병이다. SFTS는 보통 해당 질병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에게 물려 감염된다. 이 질병은 강아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혈액, 체액에 의한 사람 감염 사례도 보고되었다. SFTS에 감염된 반려동물은 지속적인 고열, 구토, 설사, 혈뇨 등의 증상을 보인다. 동물병원에 내원할 경우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 증가, 혈소판 수치 감소를 확인할 수 있다. 심할 경우 혼수 상태에 빠지다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위험한 질병이다.

해당 질병은 딱히 정해져 있는 치료 방법이 없다. 따라서 평소에 진드기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소참진드기의 활동 시기는 5월~8월경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시기에 반려견과 함께 풀이 무성한 곳으로 나들이를 갈 때는 반드시 외부기생충 구제제를 바르기를 바란다. 진드기 기피제를 털에 뿌려 주는 것도 좋다. 또 산책 후에는 반드시 털이나 피부를 쓸어보고 진드기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 보아야 한다. 보통 진드기가 기생하기 쉬운 부위는 눈 주위, 귀, 목줄이나 하네스, 발가락 등이니 해당 부위를 집중적으로 살피기를 바란다.

진드기는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진드기의 입부위는 갈고리처럼 생겨 반려동물의 피부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다. 이때 억지로 진드기를 뜯어낸다면 피부염이나 육아종이 발생할 수 있다. 반드시 직접 접촉은 피하고 핀셋으로 머리까지 조심스럽게 떼어내야 한다. 떼어낸 진드기는 손으로 터트려 처리하는 것보다 휴지에 싸서 처리해야 한다. 진드기가 갖고 잇는 병원체가 외부로 터져 나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가정에서 진드기 제거가 어렵다면 빠른 시간 내로 동물병원에 내원해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일상을 함께 하는 반련견, 반려묘가 진드기에 감염되는 것은 반려동물뿐 아니라 보호자까지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따라서 정기적인 구충과 앞서 말한 진드기 예방법을 철저히 지키기를 바란다.

(글 : 커비동물병원 안정근 원장)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