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는 100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7차례의 권고안을 발표했고, 2020년 1월에 활동을 마무리했다. 주요 권고 내용은 주지하다시피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 및 개최 금지, 최저학력 기준 도달 학생만 대회 참가, 최저학력 기준 미달 선수 체육특기자 선발 제외, 합숙소 전면 폐지 및 불법 찬조금 일절 금지, 전국소년체육대회를 학교 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학생 스포츠 축전'으로 확대 개편, 전국소년체육대회 초등부를 권역별 학생 스포츠 축전으로 전환, KOC와 대한체육회의 분리 등이었다.
위 권고 내용 중 마지막인 KOC와 대한체육회 분리를 제외하고 학생 선수 훈련이나 대회와 관련된 대부분의 권고는 2019년 6월 4일에 발표한 2차 권고문 내용이었다. 이날 이후 체육계는 벌집을 쑤신 듯했다. 주로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 국가대표 선수 출신, 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현장을 모르는 얼치기들의 탁상행정, 완장 짓거리,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 죽이기라며 권고안의 백지화를 주장했다. KOC와 대한체육회 분리 권고안인 6, 7차 권고안이 8월 22일에 발표되자 대한체육회는 역시나처럼 엘리트 스포츠를 죽이기라며 공식 반대 입장을 발표했고, 10월 14일 진천선수촌 국가대표 지도자 협의회도 동일한 입장을 천명했다.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제기된 혁신위의 권고 내용 불복 운동은 결국 20대 대선 과정을 거치며 민의 수렴 명목으로 그 핵심 내용이 재검토 되었다. 급기야 2023년 1월 5일 문체부 업무 보고에서 박보균 장관은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 금지, 학기 중 주중 대회의 주말 대회 전환, 소년체전 개편의 3개 권고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규정하고 그 개선을 약속, 추진했다. 그 결과 한 예로서 2023학년도부터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의 학생선수 출석 인정일 수가 보장되었다. 초중고 학생 선수들의 수업 결손을 예방하고자 했던 혁신위의 핵심 의도가 무산된 상황이었다.
20대 대선과 맞물려 혁신위의 순수하고 이상적인 교육적 의도는 준비되지 않은, 현장을 모르는 아마추어 체육인들의 치기로 간주되었다. 이용수나 이영표 같은 엄청난 현장 전문가들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비판은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다. 발족 초기부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게 시작이어야 했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른다는 오만방자한 소리 대신 인내심을 갖고 현장의 모든 소리를 소중히 경청해야 했다. 왜냐하면 생각과 방법이 좀 달랐지만 혁신위도 그랬고 현장의 지도자들, 그리고 학부모들도 공히 학생 선수의 장래와 체육계의 미래를 늘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위는 그런 점에서 실패했다. 혁신위는 체육인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았고 심지어는 개혁의 걸림돌로 보았다. 그렇게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많은 체육인들이 그렇게 느끼도록 혁신위는 처신했다.
처음부터 혁신을 목표로 하거나 오픈 이노베이션, 즉 어젠다나 방법을 외부에 의존하는 타입은 그 결과가 기대만큼 절대 크지 않다는 점을 혁신위는 간과했다. 구성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혁신 과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도 소홀히 했다. 스포츠계의 인권을 되찾고 스포츠 기본법 제정을 권고하는 등 혁신위는 한국의 체육 문화를 새롭게 구축하려 했지만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체육인들을 분열시키고, 결과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는 것도 실패했다. 겸손과 인내 그리고, 개방된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 공공 마인드인지 혁신위는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스포츠계 혁신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혁신위의 영욕은 그래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 : 강신욱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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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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