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동물병원이범로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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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의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세의 고양이 중 80%가 구강질환을 앓고 있다. 따라서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는 집사라면 구강 질환에 대한 걱정이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치아를 보호하는 범랑질이 약하고 치아의 크기도 작기 때문에 음식물 찌꺼기 등이 치아 사이에 쉽게 남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치석이 잘 쌓이고 치과 질환에 더 노출되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고양이의 3대 구강 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첫 번째 질환은 ‘치주염(Periodontitis)’이다. 치주염은 반려묘뿐 아니라 반려견에도 잘 발견되며 잇몸과 치아를 지지해 주는 치조골이 파괴되는 질환이다. 반려동물의 입술을 들춰보았을 때 잇몸의 경계가 부었거나 출혈이 보인다면 치주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질환은 ‘고양이 난치성 구내염(LPGS - Lymphocytic Plasmacytic Gingivitis Stomatitis)’이다. 고양이 구내염은 말 그대로 입 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고양이 백혈병(FeLV) 및 에이즈(FIV) 등 면연력 저하 질병들로 예상하고 있다.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음식물 섭취를 힘들어 하고 침을 흘려 입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증상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질환은 ‘치아흡수성병변(FORL - Feline Odontoclastic Resorption Lesion)이다. 치아흡수성병변은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아질 파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영구치가 녹아내리는 질병이다. 상아질 파괴 세포란, 젖니의 뿌리를 흡수해 영구치 성장을 돕는 세포를 말한다. 치아흡수성병변은 보통 파수꾼 치아라고 불리는 아래턱 송곳니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어금니에서 시작한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 잇몸이 치아를 덮을 정도로 많이 부어 있는 모습,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통증을 못 이겨 머리를 계속 때리는 모습 등을 보인다면 치아흡수성병변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동물병원에 내원하기를 바란다.

세 가지 질환 모두 심한 구취 증상이 있으며 고통을 동반한다. 증상이 약하거나 마취 및 발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약물 치료로 개선이 가능할 수 있지만 근본적 원인인 치아를 제거하는 발치를 권장한다. 대부분 잇몸을 절개해 모든 치아를 제거하는 ‘고양이 전발치’를 진행한다. 1차적으로 앞니와 송곳니를 제외한 치아들을 제거하고 경과를 지켜보면서 2차로 남은 모든 치아를 발치한다.

치아를 모두 발치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보호자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음식 섭취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치아가 없어도 건사료 섭취가 가능하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습식 사료 위주로 급여하거나 사료를 물에 불려 주면 조금 더 편하게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구강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통증 때문에 그루밍조차도 힘들 반려묘를 위해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인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기를 바란다.

반려동물 구강 질환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양치질이다. 스케일링을 통해 주기적으로 치석을 제거해 주는 것도 좋지만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치아흡수성병변 같은 질병은 스케일링만으로 예방이 힘들다. 따라서 2-3일에 한번 이상 치아 표면에 있는 치태를 깨끗이 닦아주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처음에는 양치질을 힘들어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점진적으로 칫솔과 치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아이들도 금방 적응할 것이다.

(글 : 다루동물병원 이범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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