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나 수리남, 웨이브의 약한 영웅 등 굳이 해당 OTT에 가입하지 않고 유튜브에 쏟아지는 숏폼들 만으로도 전체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퀄리티와 등장인물의 살벌한 연기력, 비전문가가 봐도 느껴지는 기성 영화의 수준에 버금가는 연출과 완성도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실제, 다수의 OTT 오리지널 작품들은 영화감독이 연출하고 있는 추세다).
미디어 소비자들 입장에서 물론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OTT 브랜드마다 다르긴 하지만, 적절한 가격만 지불하면 기존의 지상파 TV에 종편, 케이블 채널은 물론이고 무한대로 즐기는 채널인 OTT까지 각자가 선호하는 단말기를 통해 콘텐츠를 마음대로 즐기는 환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맘만 먹으면 절대로 심심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 OTT가 대 유행인 상황은 미디어 콘텐츠의 천국을 만들어 주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양적으로나 재미 측면에서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구석 다소 찜찜한 사항이 있으니 바로 상당수의 OTT 콘텐츠가 포함하고 있는 폭력성이나 성적표현 등 유해장면들의 수위와 분량이다. 물론 그에 대한 관리나 관련 정책에 대한 의문도 상당하고 말이다.
이미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케이블 채널로 옮아가며 자연스럽게 수위가 상승하는 다양한 ‘유해성’ 장면들은 해당 장면들이 미성년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심의의 대상이 되거나 페널티를 받아왔다. 물론 이에 대한 허용과 제한의 범위를 두고 많은 토론과 논쟁도 있었고 말이다. 지상파 콘텐츠 속에서 혹시라도 흡연장면이나 과도한 음주, 너무나 잔인한 폭력이나 과도한 성적 표현이 등장할 경우 이에 대한 제재의 속도는 매우 신속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곧바로 회의를 열어 방송사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제한 결정을 내린다는 소식이 언론에 빠르게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종편이 방영하는 드라마 속에 유사한 수준의 장면이 등장할 경우, 케이블 채널에서 거의 영화관에서나 접할 수위의 성적 표현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다지 공론화되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단 해당 콘텐츠의 시작점에 콘텐츠를 접해도 되는 연령대의 표시가 있었고, 콘텐츠의 직접적 소비자인 대중들 또한, 지상파와는 다른 눈높이를 가진 측면도 분명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당연할 수 있지만, OTT 오리지널 콘텐츠들에는 일선 케이블 채널의 그것과는‘또 다른’수준의 폭력성과 미성년자에게 유해할 것으로 예상되어 제한하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똑같이 안방으로 진입하는 지상파나 종편 등과는 완전히 다른 기준을 적용받으며 절찬리에 영업중 이라는 뜻이다. 물론, 가입의 시점부터 시청자의 연령에 대해 철저히 확인하기에 청소년의 접근 가능성 등 문제점을 엄격히 지적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도 분명하다. 성인 인증도 하고, 정당한 금액도 지불했으며, 사용하기로 선언한 단말기로만 소비하는 콘텐츠의 내용을 문제삼는 것이 정당할까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지상파처럼 그 어떤 장벽도 없이 접할 수 있는 플랫폼과는 다른 심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성년자들은 일단 시청을 유보해야 할 만큼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요소들이 ‘정말로’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차단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폭력이든, 음주나 흡연이든, 혹은 약물이나 성적 표현이든 간에 미성년자들의 정신적 혹은 물리적 건강에 유해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는 언제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단언컨대 우리나라의 청소년 등 미성년자들은 현재 케이블이나 OTT 등의 플랫폼이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건강 유해장면들에 상당히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실제 미디어 현실을 살펴보면, 이해가 어렵지 않다. 첫 번째, 우리의 미디어 환경은 예를 들어 특정 인터넷 통신사와 IP TV를 계약할 경우 상당수 채널이 거의 패키지 형태로 묶여 한꺼번에 제공되는 구조이다. 물론, 이 같은 소비 환경에서 유해한 장면이 상대적으로 다수 포함될 확률이 높은 플랫폼들이 가정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개별 콘텐츠를 시청하기 전 팝업되는 비밀번호 입력장치가 있겠지만, 사실상 ‘0000’을 제외하고 얼마나 복잡한 비번을 걸어 미성년자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지 각자에게 자문해 볼 일이다. 결국, 청소년 등에게 이 같은 일련의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은 그다지 높거나 엄격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미성년자 관람 불가인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전체에 대해서는 청소년이 자유롭게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해당 오리지널의 부분을 활용해 만들어져 ‘수 없이’ 유통되는 숏폼에는 그 어떤 제한도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상당히 위험한 장면들이 포함된 숏폼이 적지 않기에, 이 또한 연령 별로 접근이 불가하도록 만들어야 상식이겠지만, 유튜브에서 거의 무방비로 유통 중인 클립들을 도대체 무슨 수로 차단할 수 있을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학습이론이나 베르테르효과, 아젠다 세팅이나 프레이밍 이론 등 미디어 연구에서 사용되는 이론적 배경들은 특정한 유해 콘텐츠가 미성년자 등 어린 대중에게 전달될 경우 매우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물론 미성년자들의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도 포함해서 말이다. 미디어 콘텐츠의 다양성, OTT 콘텐츠에 의한 한류 발전 등 밝은 면이 다수인 것은 인정하지만, 미성년자에 대한 배려와 안전장치 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유현재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헬스커뮤니케이션전문회사(하우스컴(주)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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