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차 진료는 전문의 중심으로 체계 개편, 1차 진료는 관리와 상담으로 선진국 모델로 변화해야... “현장의 목소리 더 들어달라” 볼멘소리도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소아 필수 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 정책토론회에서 의과대학 3학년 최다은 학생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을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의대생들의 심정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소아 필수 의료체계 강화를 위해서 1차 의료기관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중심의 진료 체계로 개편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으나, 당국의 진행 속도에는 답답함을 들어냈다,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차는 질환진료에서 건강관리, 2·3차는 전문의 중심 진료로 개편
주제발표를 맡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가장 다급한 문제로 ‘소아 필수 의료에 필요한 전공의 인력 유입’을 꼽으며, 지금 당장 지원자의 눈높이에서 시스템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전공의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체계가 붕괴 상황”이라며 “이 같은 소아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저출산에도 영향을 주게 되며, 출산률이 낮아질수록 의대생들은 소청과에 대한 미래비전을 볼 수 없어 지원을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짚었다.
그 원인으로 낮은 보상수가로 인해 대량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장 상황을 꼽았다. 예를 들어 소아의 정맥을 확보하고 감시하는데 드는 시간과 인력이 성인의 2배인 만큼 진료 원가비용이 올라가는데, 행위 위주로 책정되는 현행 수가 정책에서는 이 같은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개원의는 하루 100여명 이상, 대학병원에서도 1회 외래에 40~50회 환자를 봐야 겨우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시간, 연령, 지역, 입원 등 상황에 맞는 수가책정 △소청과에 지원하는 전공의에 대한 장려정책 △전문의 중심으로 수련병원 진료 체계 개편 △1차 진료 시스템 안정화 △소청과 필수의료 전담 부서 마련 등을 제안했다.
특히 강조된 것은 수련병원의 전문의 중심 진료 개편과 1차 의료기관의 안정성이다. 1차 진료를 급성기감염질환 중심에서 소아 검진관리, 성장발달점검, 예방교육, 중재상담 등으로 개편해 부모의 육아부담을 덜고, 1차 의료기관의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선진국형 진료체계로 변화해야한다는 내용이다.
또 2, 3차 수련병원에서는 현재 교수와 전공의 사이의 전문의를 확보해 인력을 충원하는 한편 전공의의 중증질환 의료행위 부담을 덜어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수련병원 소청과는 투자 순위가 낮아 다른 과와 달리 전문의가 거의 없어 교수와 전공의만 근무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 전공의들의 의료행위 부담이 크고 수련환경도 악화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체 전공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4년차가 졸업하기 전 올해 안에 이에 대한 정책이 진행되지 않으면, 이후에는 전문의를 육성할 인재풀 자체가 모자란다”며 “지금은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의대생,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도 중요
김학석 소청과학회기획이사(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장)이 좌장을 맡은 2부 패널토론에서는 김지홍 이사장 외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한림의대 3학년 최다은 학생, 복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이민정 사무관,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등이 참여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다양한 목소리들을 냈다.
강민구 전공의협회장은 “전공의 입장에서 전공의 착취에 가까운 소청과 진료환경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공의 입장에서 바라 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소청과 전공의수련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36시간 연속근무 등의 비합리적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전공의 취득 후 전문의로 2, 3차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개선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최다은 학생도 “선후배 중 소청과 지원을 희망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향후 개원했을 때 수익 등 현실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 또 실습할 때 소청과 전공의들이 인력부족으로 타과에 비해 훨씬 많이 고생하는 것을 봤는데, 워라벨을 중시하는 MZ세대로서 근무환경이 열악한 소청과에 지원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의대생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 “수가개선과 선진국형 진료체계개편 등도 중요하지만, 근무시간 제한 등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현장의 목소리 안 녹아있다" 지적도
한편 패널토론에서는 정부 개선안에 현장 환경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은 “1, 2월 나온 정부의 개선안은 실망스럽다. 달빛병원의 상당수가 야간진료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달빛병원을 늘리겠다는 등의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정부는 조속히 1, 2, 3차 현장의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인천시의사회 조병욱 총무이사는 “현재 지역거점의료센터 소아과의사로 봉직 중인데, 중증환자가 아니라 경증환자가 80%”라며 “소아과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가부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라고 짚었다. 또한 “대학병원에서 봉직의를 늘려야 이를 지망하는 전공의 지원자들도 늘 것”이라며 “강력한 인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국민의 힘 백종원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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