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앤미동물병원이준영수의사
유앤미동물병원이준영수의사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치아를 보호하는 법랑질이 약하고 치아의 크기도 작기 때문에 구강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집사라면 3대 구강 질환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고양이에게 흔히 발병하는 3대 구강질환은 치주염, 난치성 구내염 그리고 치아흡수성병변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의 공통된 증상은 심한 구취와 구강 통증으로 인한 침흘림이다.

치주염은 치주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인데 치은염으로 인해 발생한 세균이 치아를 고정하는 조직과 뼈를 악화시키면서 발생한다. 치주염은 반려묘뿐만 아니라 반려견도 자주 걸리는 질환이다. 단순히 치은염만 있으면 스케일링으로 예방이 되지만 치주염으로 이어졌을 경우 정도에 따라 발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스케일링과 칫솔질만 잘해 준다면 반려동물을 치주염으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난치성 구내염 (LPGS (Lymphocytic-Plasmacytic Gingivitis Stomatitis))은 고양이의 입과 잇몸, 혓바닥, 입천장 심지어 목구멍까지 염증과 궤양이 생기는 무서운 질병이다.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음식을 섭취하면서 생기는 세균성 플라그에 대한 과민 반응, 스트레스, 환경적 영향, 고양이 백혈병(FeLV) 및 에이즈(FIV)와 같은 면역력 저하 질병들로 예상하고 있다. 구내염에 걸린 고양이는 건식 사료나 간식 먹기를 힘들어하고 이유 없이 혀를 자꾸 낼름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치아흡수성병변(FORL(Feline Odontoclastic Resorption Lesion))은 젖니의 뿌리를 흡수해 영구치 성장을 돕는 상아질 파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영구치가 녹는 질환이다. 치아흡수성병변 또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칼슘 부족, 치석 과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자극 등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아흡수성병변은 보통 파수꾼 치아에 제일 먼저 생긴다. 파수꾼 치아는 아래턱 송곳니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어금니이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 잇몸이 치아를 덮을 정도로 많이 올라와 있거나 치아가 깨진 것처럼 보이면 치아흡수성병변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세 가지 구강 질환 모두 심한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약물 치료보다는 발치를 권한다. 1차적으로 앞니와 송곳니를 제외한 어금니 전발치를 먼저 진행하고 경과를 지켜보면서 2차로 남은 치아를 모두 발치한다. 모든 치아를 발치한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의 원인이 되는 치아를 계속해서 방치하면 통증으로 인해 먹는 것도 힘들어지고 그루밍조차도 어려워져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나빠질 것이다. 아이의 컨디션과 삶의 질을 위해서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인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기를 바란다.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은 전발치로 인해 남은 치아 없이 사료를 어떻게 먹을 지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치아가 없어도 건사료 섭취가 가능하다. 건사료 섭취가 걱정된다면 습식 사료 위주로 급여해 주면 더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예방 방법은 규칙적인 양치질이다. 칫솔질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이빨을 닦아주는 것이 어렵고 힘들 수 있다. 시간의 여유를 두고 점점 칫솔과 치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아이들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입에 작은 구내염이나 혓바늘만 생겨도 불편함을 느낀다. 고양이 구강 질환은 이보다 배에 달하는 고통을 동반한다. 고양이는 아파도 아프다고 잘 표현하지 않는다. 아이의 평소 상태를 잘 관찰해 보고 앞서 말했던 증상이 반려묘에게서 보이거나 치석이 쌓여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동물병원에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

(글 : 유앤미동물병원 이준영 원장)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