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점액종은 담낭 내 점액이 과다 생성되어 두껍게 쌓이는 질환이다. 점액은 끈적한 상태에서 점점 반고체 형태로 굳는다. 축적된 점액으로 인해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 담낭은 점점 팽창한다. 이로 인해 담낭벽의 혈행도 나빠져 괴사성 담낭염이 생길 수 있고 결국 팽창한 담낭벽이 파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담낭이 파열되면 복막염, 전신 패혈증, 간외담관폐색 등의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늦기 전에 수술해 주어야 한다.
담낭점액종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질병이다. 초기에는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의 가벼운 증상만 보이기 때문에 단순 소화기 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담낭 확장이 심해지면 황달, 복통, 구토, 설사, 발열 등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고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반려견·반려묘가 단순한 증상만 보이더라도 동물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담낭점액종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검사는 복부 초음파검사이다. 담낭점액종이 있으면 담낭 내부가 별이나 키위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담낭벽의 두께, 슬러지 및 점액성 변화, 담관 확장 등을 확인한다. 담관의 확장이 확인되지 않고 담낭파열의 위험이 적다면 약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슬러지를 용해시키면서 담즙의 흐름을 개선시킨다. 하지만 슬러지가 너무 많고 점액이 과다 분비되어 담낭이 많이 팽창된 상태라면 ‘담낭제거수술’을 반드시 진행해 주어야 한다.
동물병원에 꾸준히 건강검진과 함께 약물 치료를 하던 10살 말티즈 아이가 최근에 담낭 제거수술을 받았다. 초음파검사 결과 더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아이의 담낭은 간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고 쌓인 슬러지와 염증으로 인해 풍선처럼 부푼 상태였다. 제거한 담낭 속에는 중등도 이상의 염증 산물과 담석이 가득했다. 수술 후 검진을 온 아이는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띄게 좋아진 증상은 만성적으로 앓던 피부 질환이다. 재발한 피부 질환으로 인해 붉었던 아이였는데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담낭제거수술을 진행할 때 보호자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담낭 없이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담낭의 역할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담즙산과 담즙 색소를 보관하는 저장고 역할만 한다. 실질적으로 담즙이 만들어지는 부위는 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술 후 약간의 소화기 질환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평소 과식하지 않고 저지방식 위주의 식단으로 관리해 주면 다시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담낭점액종은 조용히 다가오는 질환이다. 담낭점액종으로 인해 방문하는 아이들 중 25%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증상이 있더라도 기저 질환을 놓치고 겉도는 치료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담낭질환 치료 노하우와 경험이 많은 수의사에게 진료받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나이가 많은 강아지·고양이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므로 노령견·노령묘와 함께 지내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진에게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 보기를 바란다.
(글: 금산헤르쯔동물병원 박상준 원장)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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