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비동물병원안정근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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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2018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반려견이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이유의 6.4%는 피부염과 습진이다. 강아지·고양이의 피부는 사람보다 얇고 약하기 때문에 피부 질환이 발병하기 쉽다. 특히 요즘처럼 실내와 실외 온도 차이가 심할 때는 피부 속 수분이 메마르기 때문에 질환의 정도가 심해지고 이로 인해 내원하는 반려동물들도 많아진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피부 질환은 아토피이다.

아토피는 특정 물질에 대해 면역 반응을 지나치게 보이는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의 일종인데, 유발 원인은 다름아닌 반려동물들의 밀접한 ‘생활 환경’ 안에 있다. 진드기, 집 먼지, 곰팡이는 물론 화학 첨가물이 함유된 사료나 간식 같은 다양한 일상 생활 속 요소들이 아토피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도 이에 포함된다.

아토피는 눈과 입 주변, 배, 겨드랑이, 귀, 항문 등에 주로 나타나며 매우 극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가려운 부위를 긁고 핥으며 깨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행동이 계속되면 피부에 상처가 생기고 세균 감염으로 인한 2차 질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홍반, 여드름, 악취, 탈모 등의 증상도 보일 수 있다.

아토피는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항체 IgE 테스트를 통해 질환의 유무 및 주요 원인을 진단한다. IgE 테스트는 혈액을 채취해 진행하는 검사로 혈액 내에 존재하는 주요 72종 알러젠에 대한 특이 IgE 항체(sIgE)를 분석한다. 72종에는 진드기, 곰팡이, 꽃가루 등과 같은 24가지의 호흡기 알러젠, 육류, 해산물, 과일, 향료 등의 43가지의 음식물 알러젠, 그리고 해충류 등의 5가지 접촉성 알러젠이 포함되어 있다.

항체 IgE 테스트를 통해 진단을 받은 후에는 증상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시키게 된다. 심할경우 면역억제제나 항히스타민 같은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고, 가려움을 유발하는 염증 매개 인자 차단 주사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천연 약물 치료부터 진행한다. 아토피성 피부질환은 완치보다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에 치료에 인내심을 가지고 반려동물에게 최대한 부담 없는 치료법을 우선시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어떤 질환이든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아토피는 보호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질환으로 병원에서의 치료와 더불어 ‘생활 환경의 개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집 먼지, 진드기 번식을 막기 위해 집에 있는 이불, 카펫 등을 주기적으로 세탁하고 소독해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둘째,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세째, 식이 알레르기 원인을 줄여야 한다. 수의사와 상담 후 화학 첨가물이 함유된 간식 및 사료는 중단하고 저(低)알레르기성 사료를 급여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오메가3나 유산균과 같은 영양제를 함께 급여하면 피부 면역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약용 샴푸를 사용한 목욕에 신경 써주어야 한다. 약용 목욕 자체가 치료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벼룩, 진드기 등의 외부기생충 감염에서 피부를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해준다. 목욕이 끝나면 물기가 없도록 꼼꼼히 말려 주고, 이후 보습제를 발라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게 유지해주도록 하자. 증상이 심할 경우 가라앉을 때까지 1일 1목욕을 권하지만, 너무 잦은 목욕은 좋지 않으니 증상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간혹 아토피를 치료하겠다며 식초나 목초액으로 목욕을 시키거나 피부에 바르는 보호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잘못된 방법이다. 아이의 피부가 벗겨지고 2차 세균 감염의 위험이 있어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아토피는 환경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또한 아토피는 난치성 피부염으로 한번 걸리면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다. 따라서 치료에 인내심을 가지고 주변 환경을 개선해 나가면서 꾸준한 관리를 해주는 보호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중한 반려견·반려묘를 괴롭히는 피부질환에 있어 최고의 명약은 바로 보호자의 노력이 아닐까 한다.

(글 : 커비동물병원 안정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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