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힐동물병원권오서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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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 털이 자꾸 빠져요. 이거 피부 질환인가요?”라는 질문과 함께 병원에 방문한 보호자가 있었다. 털이 버석거리고 거칠어지면서 탈모까지 오면 당연히 피부 질환을 의심할 수 있지만 이 증상만으로는 피부 질환이라 단정할 수 없다. 이 아이 역시 검사해 본 결과 피부가 아닌 갑상선의 문제였다.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기도 주변에 갑상선을 가지고 있다. 이 갑상선은 나비 모양의 내분비선으로 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호르몬은 단백질 합성 촉진, 당 대사 조절 등 신진대사 조절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 호르몬 수치보다 낮아질 경우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한다. 반대로 호르몬이 정상보다 더 많이 분비되는 질병을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강아지에게서,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고양이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원인의 95%는 림프구성갑상선염과 특발성갑상선위축이다. 림프구성 갑상선염은 면역체계에서 갑상선을 이물질로 오인하고 공격해 파괴하는 면역 매개성 질환이고, 특발성 갑상선 위축은 정상적인 갑상선 조직이 지방 조직으로 바뀌는 질환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오면 갑상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기초대사율이 약 15% 감소한다. 이때 신체의 모든 장기가 영향을 받게 되는데 가장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피부에서 나타난다.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탈모가 오고 검은 색소 침착까지 보일 수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보호자들이 피부 질환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또 식욕은 없지만 체중이 증가하는 증상을 보이며 심할 경우 신경계에도 이상이 생겨 보행 장애, 전신발작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할 때는 혈중 갑상선호르몬의 수치를 확인하는 T4(티록신)검사를 진행한다. 때때로 T4 수치는 낮으면서 Free T4(유리티록신) 수치는 정상일 수 있어 Free T4 검사와 혈중 갑상선 호르몬의 생성과 분비 양을 유지하기 위한 피드백계 호르몬인 TSH(갑상선 자극 호르몬) 검사 등을 추가로 진행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갑상선기능저하증는 갑상선호르몬제를 투여해 치료를 진행하는데 안타깝게도 완치가 없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병이다. 치료를 시작하면 약 1~2주 이내로 활동성과 식욕을 회복하고, 탈모처럼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1~2개월 정도가 지나면 개선된다. 하지만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할 때 양 조절이 잘못되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생길 수 있다. 호르몬약을 복용하고 나서 반려견 · 반려묘의 활력이 지나치게 넘치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하거나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모습을 보인다면 동물병원에 내원해 다시 호르몬제의 양 조절을 해 주어야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호르몬약을 복용하지 않았는데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갑상선에 발생한 악성 종양 원인일 수 있으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동물병원에 내원해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갑상선에서 생기는 질병은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되면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동물병원에 방문해 의료진의 조언과 함께 검사를 받아 보기를 바란다. 조기에 발견해 빠른 치료만 이루어진다면 예후가 좋은 질환이기 때문에 발병하더라도 정기적인 호르몬 검사와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아이의 증상은 금방 완화될 것이다.

(글 : 아이힐동물병원 권오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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