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온동물병원김경훈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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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의 발전으로 반려동물 또한 사람처럼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는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 반려동물에게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귀가 안 들리기 시작하고 관절이 약해져 관절염이 오기도 하며 요실금과 같은 배변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신장”이다.

신장은 몸속에 있는 노폐물과 독소를 소변을 통해 배출하고 체내 수분과 전해질, 산성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신부전”이라고 한다. 신부전의 무서운 점은 신장의 기능이 25%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과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신장이 망가지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내에 쌓인 독소로 인해 요독증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신부전은 크게 급성신부전과 만성신부전으로 나뉜다. “급성신부전”은 단기간 내 신장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때 최소 3일, 최대 2주 사이 신장 수치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 골든 타임을 놓쳐 신장 수치가 정상 범위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만성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급성신부전이 오면 급격한 체중 감소를 보이며 식욕 저하, 다음, 다뇨, 그리고 고혈압 등의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만성신부전은 보통 몇 년간 걸쳐 진행되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신장의 기능이 25% 미만으로 떨어져 있을 확률이 높다.

신부전은 크게 1기, 2기, 3기, 4기 이렇게 네 가지 기수로 구분한다. 1기는 신장 기능이 33% 남아 있는 것을 의미하고 2기는 신장 기능이 25~33% 정도만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보통 1기에서는 증상이 보이지 않지만 2기에 접어들면서 구토, 다음, 다뇨, 식욕 감소 등 가벼운 증상들이 나타난다.

1기, 2기 때 빠르게 알아채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생명 유지에 전혀 무리가 없다. 하지만 3기에 들어서면 이때부터 요독증, 구내염, 위염 등 심한 증상을 동반한다. 3기에 접어든 강아지 고양이는 신장 기능이 10~25%밖에 남지 않아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가능하나 오랜 기간 연장하기에는 힘든 상태일 것이다. 마지막 4기는 신장 기능이 10% 미만 남아 있는 것을 의미한다. 4기의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 볼 수는 있으나 생명이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신부전의 경우 조기에 미리 진단을 받으면 빠른 치료와 관리를 통해 남은 신장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신부전을 알 수 있는 검사는 혈액검사, 뇨검사, SDMA검사가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신장의 BUN, CREA, IP수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뇨검사를 통해 소변의 단백질 증가와 감소를 확인한다. 단백뇨가 있는 경우 신장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추가로 SDMA검사(신장조기마커)를 진행해 볼 것을 권한다. 앞서 말한 혈액검사에서 나타나는 항목들은 신장이 70% 이상 망가졌을 때 수치 상승을 보이지만 SDMA검사는 40% 이상 망가져도 확인이 가능해 신장 문제를 조기에 체크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번 망가진 신장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신부전이라는 질환의 치료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반려견, 반려묘가 함께 하는 동안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보호자들이 같을 것이다. 따라서 노령으로 접어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신장이 조금이라도 덜 망가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건강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자.

(글: 이리온동물병원 김경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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