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러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은 경추 척수증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경추 척수증은 경추에 위치한 척수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압박을 받아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을 일컫는다. 여기서 척수란, 척추 맨 윗부분의 경추 사이에 있는 뇌에서부터 시작해 사지로 뻗어나가는 신경다발을 말한다.
경추 척수증은 척수를 압박하는 병변 등으로 인해 척수관 내 척수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한다. 주요 원인에는 △경추부 추간판의 심한 탈출 △경추 및 흉추의 퇴행성 변화에 따른 척추관 직경 감소 △후종인대 골화증/황색인대 골화증(인대가 골화되어 척수를 압박하는 질환 등이 있다.
목디스크와 달리 통증을 동반하는 일이 흔하지 않기에 주로 손에서 이상 증상을 관찰할 수 있다. 손의 근력 약화를 시작으로 손놀림이 둔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등의 감각 증상이 나타나며, 세밀한 손 운동에 장애가 생겨 젓가락질, 필기와 같은 정교한 손동작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단추 채우기 등의 일상적인 활동도 어려워질 수 있다.
상지뿐만 아니라 하지에도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 근력 약화로 보폭이 넓어지거나 덜컥거리며 걷는 보행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을 방치하면 대소변 장애, 하지 마비까지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이 뇌졸중과 유사해 오해하는 일이 잦으나, 편측 마비가 나타나는 뇌졸중과 달리 경추 척수증은 양측 마비를 유발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이 같은 증상이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진행하는 특징이 있다.
경추 척수증은 목디스크, 뇌졸중 외에도 풍, 중풍이라고 불리는 뇌혈관 질환 등 비슷한 양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쉬우므로, 숙련된 의료진에게 질환을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은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통해 의심할 수 있으며, MRI를 통해 척수 압박, 척수 부종, 기질적 변화 여부 등을 확인하여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추 척수증은 척수가 심하게 압박받아 혈액 공급이 감소되어 있고, 신경의 허혈 상태가 지속하므로 신경 기능 상실과 신경 세포 괴사가 뒤따른다. 또한, 척수는 중추신경으로서 한번 죽은 신경은 재생되지 않으므로, 사실상 수술 치료 외에는 증상을 호전할 방법이 없다. 이에 압박받는 척수나 신경근의 영구적인 변화가 발생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수술은 척추관이 좁아져 있거나 어떠한 원인에 의해 척수가 눌리는 상태이므로, 척수가 지나가는 길인 척추관을 넓혀주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감압술 및 척추 유합술, 후궁 절제술, 후궁 성형술 등을 통해 척추 신경 감압을 시행할 수 있다.
경추 척수증은 목디스크 등의 질환과 혼동하기 쉬우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목디스크는 말초신경 압박으로 인해 목 통증과 손 또는 팔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증상에 따라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반면, 경추 척수증은 중추신경 압박으로 인해 손 근력 약화, 손 활동 둔화 등의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수술로만 치료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통증이 거의 없어 증상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고 방치 시 하지 마비 등의 심각한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으므로, 평소 조금의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를 면밀히 살핀 후 병원에 내원해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 연세더바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박민호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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