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함암제 적응증 '바이오마커' 확인되어야 사용 ... 바이오마커 찾는 병리검사 급여 기준 암마다 달라 혼선으로 임상 적용에 지연
전문가들은 신약의 허가와 병리검사의 급여 체계가 따로 놀고 있어, 임상 적용까지 무의미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별 적응증 마다 검사가 따로 진행되어야 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27일 한국BMS와 오노약품공업이 공동으로 개최한 ‘약제-병리검사 연계 신속 항암 치료 실현을 위한 해법’을 위한 미디어세션에서 이 같은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날 미디어세션에서는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박영수 교수가 좌장으로, 여의도성모병원 병리과 김태정 교수와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연자로 참여해 신속항암치료를 가로막는 지금의 병리검사와 약제 급여 체계 문제를 지적했다.
항암치료는 현재 1세대 독성항암제와 2세대 표적치료제를 거쳐 3세대 맞춤 면역항암제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다만,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약제의 일정이상의 효과를 예측하게 하는 바이오마커 ‘PD-L1’ 발현 이 확인되어야 한다. 때문에 이를 찾아내는 병리검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병리검사에서 약제사용 기준에 부합하는 바이오마커가 확인될 경우 면역함암제를 사용하는 효과적인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허가 및 급여 프로세스로는 약제가 허가 후 급여결정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후 다시 그 약에 맞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진단기기 허가가 이뤄지고 있어, 신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암환자도 검사를 못해 약을 쓰지 못하고 치료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영수 교수는 “신약이 식약처 허가 고시 후 수가위원회가 열려 약의 수가를 논의하고 합의한다. 이후 시약이 평가된 후 코드가 발생하면서 보험급여가 적용된다”며 “그 사이 의료기관에서는 진행상황을 보고 신약에 적응되는 바이오마커검사 장비 구입 투자를 심의하고 장비를 구입하는데, 심의에서 장비구입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제 허가가 나고 이후 바이오마커 검사 허가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약제 치료 효과를 받기까지 긴 기간이 걸릴 수 있다” 며 “또 바이오마커 검사 허가나 급여가 지연이 되는 경우에는 약이 있음에도 환자를 찾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바이오마커를 찾는 병리검사의 급여체계가 비현실적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에서 PD-L1 병리검사는 동반진단과 동반보조진단 두 가지가 있다. 이들 검사는 기본적으로 검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소요 자원뿐만 아니라 허가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료가 동일하지만 사용 목적에 따라 분류된다. 문제는 수가의 차이다.
약제적응증이 병리검사를 통한 ‘선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병리검사는 ‘동반진단’으로 LevelⅡ의 수가가 책정된다. 하지만 약제가 별도 조건 없이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적응증을 획득한 경우, 이에 대한 병리검사는 동반보조진단으로 분류돼 낮은 수가인 LevelⅠ으로 산정되고 있다. 다만 이후 약제 급여 논의 과정에서 선별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동반보조진단도 ‘동반진단에 준하는 경우’로 사용 목적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동반 보조 진단의 사용 목적 변경 절차가 명문화돼 있지 않고, 개별 적응증마다 각각 검토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김태경 교수는 “이마저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혹은 약가 협상 이후에 병리검사 변경 검토가 시작되거나 정해진 기한 없이 검토가 진행돼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병리검사를 변경된 사용 목적으로 언제부터 시행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라선영 교수는 “4기 전이성 위암 환자의 80~90%는 HER2 음성 환자로, 이들은 현행 표준치료인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더라도 전체생존기간이 평균 1년을 넘기지 못하며, 항암화학요법 대안으로 1차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이 부재한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지난 6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옵디보가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위암 1차 치료 옵션으로서 급여기준 설정이 결정돼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이런 환자들은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지난해 양성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 옵티보 급여적용 확대 시점보다 동반보조진단 수가 개정이 1개월 지연돼, 코드 세팅, 검사 진행 및 결과 수령까지 연쇄적으로 밀리면서 실제 급여 처방까지 2~3개월이 지연돼 환자들이 피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개선방향으로 첫째 병리검사의 변경 검토시기를 약제 급여 개시일보다 최소 1개월 먼저 앞당기는 방법이 언급됐다.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약제 급여 기준이 설정된 이후 병리검사의 변경 검토를 시작한다면 지금보다 충분한 기간이 확보될 뿐만 아니라 약제 급여 개시일보다 병리검사 급여가 늦어지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제 급여 기준에 맞춰 환자 선별이 필요할 시 병리검사 사용목적과 수가가 동반진단에 준하는 경우로 자동 변경되도록 일괄적으로 고시를 개정하는 방법도 제안됐다. 현재 각 암종, 약제별로 개별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매번 같은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는데, 약제 급여 기준 설정과 연계해 병리검사의 변경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개별 검토로 인한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영수 교수는 “약제와 병리검사 급여문제를 통합프로세스로 진행했었다가 다시 분리프로세로 돌아갔는데, 담당 부서가 다르는 등의 인력문제가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현재 감은 검사도 어떤 암은 동반진단, 어떤 암은 동반보조진단으로 복잡하게 정리되어 임상 현장에서도 혼선이 있다”며 “포괄적으로 레벨2로 하고 간소화하면 빨라질 수 있겠지만, 기존의 원칙들이 상충되므로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