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사항에 이르는 부적정 사항적발 ... 3억대 관절 등 이식재 2억대 판매, 품질 보증 의무 규칙 위반 353건

한국공공조직은행로고
한국공공조직은행로고
인체조직을 기증받아 이식재를 생산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공조직은행이 방만하고 불법적인 운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한국공공조직은행의 3년분(2019~2022.6)의 기록 감사를 통해 14개 사항에 이르는 부적정 사항들을 적발해 처분 및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는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없다는 이유로 기증받은 인체조직을 '할인 판매'한 사실도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공공조직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특별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 은행에 근무하던 A 전 본부장은 2020년 11월 20일 독단적으로 B바이오 업체와 ‘할인 단가 분배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을 통해 B업체는 평상시 3억 6,600만원 상당인 근막, 관절, 혈관, 뼈 등 인체조직 이식재를 약 40% 할인된 2억 3,000만원에 사들이기로 했고, 대신 B업체는 계약 직후이자 이식재를 건네받기(12월 22일) 약 한 달 전인 11월 25일 1억 5,000만원을 선입금했다. 또 실제로 이식재를 받은 후에는 이틀 만인 12월 24일 나머지 8천여만원을 입금했다. 통상 세금계산서가 발행되면 익월 말일 입금돼 이 경우 1월 말까지 입금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이례적인 할인과 빠른 입금의 계약은 기관의 예산 부족 때문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할 돈조차 없었던 것이다. 감사 결과 급여일이 매월 25일인 이 기관의 2020년 11월 24일 통장 잔액은 2,579만원이었다.

A씨는 감사 과정에서 당시 은행장에게 결정권을 위임받아 이 같은 계약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체 선정과 할인 조건 책정은 A씨가 독단적으로 했고, 상급기관인 복지부와 공공조직은행 이사회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새 은행장이 취임한 뒤 이뤄진 특별감사를 통해 드러났는데, 별정직인 A씨는 이미 퇴직한 상태여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기관 내부적으로 중간재 분배와 관련한 내부 지침을 마련하고 분배가 산정·조정 및 표준계약절차를 수립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해당 기관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가장 기본업무인 인체조직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지침을 어기고 함부로 다뤄 환자에게 전달되지도 못하고 폐기된 건만 590건에 달했다”며 “이는 약 3년간 전체 폐기건 2,686건의 22%에 달하는 비율”이라고 지적했다.

내역을 보면 채취 과정 중 지침서에 맞게 혈액검사를 아예 하지도 않거나, 포장재를 함부로 다뤄 손상시키는 바람에 폐기한 이식재가 77건이었으며, 가공 중에 제때 가공처리 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가공 기계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도 않고 처리를 시도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지침조차 따르지 않아 폐기 처리한 건만 160건에 달했다. 최종적으로 가공한 인체조직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인 ‘분배’ 과정에서도 공급 시 품질 보증 의무 규칙을 위반한 건이 353건이나 되었다.

또 2018년 9월,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이나, 인공 관절수술 등으로 뼈가 결손된 부위에 사용하는 244만원 상당의 뼈분말 이식재(250g)가 사라진 사실을 은행은 뒤늦게 파악했다. 당초 C팀장이 특정 업체에 무상 분배한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특별감사에서 업체와 C팀장 모두 진술을 번복하면서 뼈분말 분실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은행은 지난 2월에야 관할 파출소에 분실 신고했는데, 현재까지 실물 확인이 불가하고, 사유조차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됐다.

내부 직원들의 근무 태도에도 심각한 문제가 확인됐다. 내부결재 없이 자의적으로 특정직원 6명이 연봉을 올린 것이다. 2017년 복지부 감사로 드러난 이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소되지 않아 5,600여만원이 회수되지 않고 있다. 은행 측은 올해 급여에서 해당 직원들에 대해 급여공제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들이 버틸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그 외에도 지난 3년 동안 여러 예산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명절 연휴 선물로 줄 상품권을 다량 구입하여 제공하거나, 초과근무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초과근무 수당을 7명에게 과다 지급하는 등의 사례도 발견됐다. ‘개인형 법인카드’를 만들어 공적 용도와 사적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강선우 의원은 “공공조직은행 중간간부급들의 횡포와 일탈이 지속되고 있다는 내부제보가 속출하고 있다”며 “국민으로부터 기증받은 소중한 인체조직을 본인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는 일부 직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 보다 엄중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성 의원은 “이번 감사 결과에 드러난 한국공공조직은행의 부당한 행위는 과거부터 기관장이 바뀐 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라며 “더 이상 기관 자체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온 만큼, 보건복지부가 기관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조직도 재정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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