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동병원협회, 간담회 열고 ‘멀티데믹 대비 소아청소년 치료 종합계획 수립’ 호소 ... “곧 의료한계 들어나”

(왼쪽부터)대한아동병원협회정성관부회장,박양동회장,최용재부회장
(왼쪽부터)대한아동병원협회정성관부회장,박양동회장,최용재부회장
“이미 아이들이 한 달에 1명꼴로 사망 중이다. 이대로 멀티데믹이 다가오면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증후군(코로나19)에 이어 독감, 수족구, 아데노바이러스 등 각종호흡기질환이 급증하면서 올 가을겨울 공동유행(멀티데믹)이 우려되고 있다. 감염에 취약한 일선 소아청소년 의료기관이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지난 16일 대한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과 최용재 부회장, 정성관 부회장은 간담회를 열고 “멀티데믹이 다가오고 있어 이에 대해 가장 취약한 소아청소년에 대한 치료종합계획이 수립되어야 함에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조속히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비롯 국가행정부서와 소아청소년 진료 의료기관이 만나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박양동 회장은 “영유아가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고열 등의 특징적인 증상이 나오지 않아 인지되기 어렵고, 심근경색이나 다기관염증증후군 등의 코로나19 후유증 발생 비율이 청소년이나 성인에 비해 훨씬 높아 훨씬 더 엄격하고 종합적인 감염 치료 계획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2년 반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다른 호흡기질환자까지 늘어나면 임상 현장에서의 감염관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협회는 현재의 진단 시스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환자, 특히 어린 영유아환자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시 심근경색이나 다기관염증증후군 등 중증합병증 발생률이 성인에 비해 2~3배가량 높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항원검사와 결과까지 하루가 걸리는 PCR 검사로는 코로나 감염 환자를 제 때 격리치료할 수가 없다. 때문에 당장 입원이 필요한 소아환자도 결과를 기다려 입원해야 하거나. 혹은 격리없이 다른 환자와 함께 입원해 있다가 뒤늦게 격리되는 등의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더군다나 인플루엔자도 정확도가 낮은 항원검사 및 의료진 임상판단에 의존하고 있어, 멀티테믹이 초래되면 코로나19 여부를 감별하는데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박 회장은 ”2차 의료기관에서도 COVID-19검사가 이뤄져 단 한 번으로 COVID-19, Influenza A&B에 대해 확진 분별 검사(Multiplexing test)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소아청소년 및 영유아에 한해 현장검사를 조기에 승인,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해야 멀티데믹을 조금이나마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소아청소년 의료전달체계도 지적됐다. 만성적으로 인력난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전국 거점 소아청소년외과의 응급진료 및 중환자진료가 거의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 정성관 부회장(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은”응급실 진료에 전공의 부족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교수 당직에 의존해 유지해 왔으나 이 역시 한계 상황에 도달해 지방에서부터 3차 거점병원의 진료시스템 봉괴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하고 ”인구의 17%인 소아청소년의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 자원 부족으로 고난이도진료, 중환자진료 및 응급진료의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환자 안전과 사회안전망이 위협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역거점병원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소아응급환자 진료를 지역아동병원에서 감당하고 있지만 멀티데믹으로 환자가 늘어날 경우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정 부회장은 “아동병원 중심의 환자 이송 체계에 대한 사전 정립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소아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점도 감염관리에 큰 걸림돌로 작용된다. 특히 미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는 5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접종 계획이 전무해, 이들의 사망률과 중증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용재 부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 병원장)은 “코로나19로 사망한 소아청소년 환자가 이미 1달에 1명꼴로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6개월에서 5세 이하 아동에 대한 백신접종계획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백신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백신에 대한 부모들의 불신감을 낮춰 접종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부회장은 “백신 선택권이 있는 가운데, 접종하지 않는 것과 선택권이 아예 없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6개월 이상 5세 이하 영유아의 백신선택권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 우려되고 있는 가을철 멀티데믹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면 “방역 당국에서도 심각히 받아들여 아동병원들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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