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물병원김정희수의사
잠실동물병원김정희수의사
강아지 고양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함에 따라 반려동물을 새 가족으로 맞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례하여 아이들을 유기하는 일 또한 흔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을 겪으며 지켜주던 반려동물을 유기하여 유기동물 보호소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보호소에 입소 후 10일이 넘은 아이들은 안락사 대상이 된다. 대다수의 보호소에서는 안락사를 진행하지 않으려 하지만 보호소마다 거둘 수 있는 아이들의 수가 한정적이다 보니 과도하게 개체수가 증가하면 안락사를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된다.

다행히 사회적으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가 퍼지면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필자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도 유기견·유기묘를 입양해 반려견·반려묘 가족으로 받아들인 보호자들이 아이 건강검진을 위해 많이 찾아 온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칼럼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보호소에서 데리고 온 아이들은 반드시 건강검진을 진행할 것을 권한다. 전염병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많은 아이들을 케어하는 보호소이다 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질병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동물 건강검진 진행 시 가장 먼저 기본 신체 검사를 진행한다. 기본 신체 검사는 몸무게 측정, 피부, 귀, 눈, 구강 등 눈으로 보이는 시진과 슬개골검진과 같은 촉진을 진행한다. 다음으로 진행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전염병 검사이다. 특히 집에서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반드시 진행해 주어야 한다. 강아지는 치명적인 파보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장염 검사와 디스템퍼 검사를 진행하고 고양이는 범백으로 널리 알려진 치사율 90%의 범백 백혈구 감소증, 코로나바이러스, 면역 결핍바이러스, 백혈병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심장사상충 키트 검사를 통해 심장사상충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이 외에도 필요에 따라 분변 검사, 곰팡이 배지 검사, 살인진드기 감염 검사, 링웜 감염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검진 결과가 모두 정상적이어도 잠복기일 수 있으니 관련 증상이 나타나거나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다시 한 번 더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만약 현재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 있는 경우, 합사는 최소 일주일 이후가 안전하다. 합사 후에는 기존에 있던 아이들과 분리된 생활 공간에서 먼저 시작할 것을 권한다. 이는 기존의 반려동물을 위함도 있고 더욱이 보호소에 있던 아이들 중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라면 새롭게 바뀐 환경에 먼저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더 좋은 사료, 간식 등으로 빨리 바꿔 주고 싶겠지만 갑작스럽게 환경과 먹거리가 바뀌면 소화불량, 설사, 그리고 고양이의 경우는 스트레스로 인한 요로계질환, 절식으로 인한 지방간까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며칠 간은 기존에 먹던 사료와 병행해 천천히 바꿔 주고, 고양이 모래 역시 꾸준한 관찰을 통해 기존 사용하던 모래와 섞어 가며 새로운 모래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 입양은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생기게 될 행복보다는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입양해야 한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에게 작은 바램이 있다면 유기동물 입양에 대해 한 번 고려해 주셨으면 한다. 흔히 사람들은 유기견·유기묘가 나이 들고 아파서 버려진 것이라는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유기견, 유기묘 입양은 어렵지 않다. 지자체나 동물보호단체 등을 찾아보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인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잠실동물병원 김정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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