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동물병원손인호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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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중 고양이는 강아지처럼 치석이 많이 생기는 편은 아니지만 반려견에 비해 유독 구강질환에 취약한 동물이다. 실제로 내원하는 환묘 중 40% 이상이 치과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발치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태인 경우도 상당수이다.

대표적으로는 난치성구내염(LPGS)과 치아흡수성병변(FORL)이 있는데, 초기에는 심한 통증도 표현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병변 부위도 육안으로 잘 관찰되지 않는 구강 안 쪽의 작은 어금니라 양치 시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식사량이 줄어들어 점차 앙상해지며, 활동성이 떨어지고 그루밍도 잘 하지 못해 털결도 부석거려진다. 또한 구취가 심해지고 침을 흘리게 되며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으로 인해 공격적인 성격으로 바뀌기도 한다.

난치성구내염은 치석이나 치주질환 분비물에 대한 면역과민반응으로 구내 연부조직인 치은, 치조골, 아랫입술, 볼 점막, 구강 후방의 입천장 등 입안 전체에 궤양, 염증을 유발한다. 이는 면역조절약물이나 스테로이드로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결국은 발치를 해야하는 상황에 이른다. 시기가 늦어지면 염증도 악화되고 잘 먹지를 못함으로 인해 체력 및 전신 상태의 기능이 저하된다. 또한 간 손상, 신장 부담 등의 스테로이드성 문제가 유발됨에 따라 마취로 인한 위험도 증가하며, 나중에 발취를 한다 해도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게 된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치아의 목과 뿌리 부분이 녹아서 턱뼈로 흡수되어 사라지는 질환으로 발병율은 50%에 이를 만큼 고양이에게 흔한 질병이다. 주로 치아의 치근부 표면을 싸고 있는 얇은 층인 백악질(시멘트질)에서 치아 흡수가 시작되어 내부의 상아질, 치수, 치관, 치근까지 진행되게 된다. 병증이 진행되면서 법랑질까지 녹여 그 부위를 잇몸이 덮어버리게 되는데 잇몸이 치아 부분으로 많이 올라와 있으면 치아흡수성병변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치할 경우 세균과 독소가 혈액 속으로 들어가 전신혈류를 타고 다른 장기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또한 녹은 치아를 매번 마취하고 신경, 보철 치료 후 유지관리를 하는 것은 반려묘에게도 많은 부담이 된다.

두 질환 모두 다양한 발병원인을 의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원인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가장 효율적인 치료방법은 발치로 알려져 있다. 가능하면 본래를 치아를 보존하고 발치를 지양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난치성구내염(LPGS)과 치아흡수성병변(FORL)의 경우 현재까지는 두 가지 질환 모두 발치를 시행하는 방법보다 높은 치료율을 보이는 치료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조기 발견 시 일부 발치로 치료가 되기도 하지만 발견이 늦어 전발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수 되는데, 이 경우에도 1차적으로 어금니 전발치를 먼저 진행하고 1~2개월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2차로 앞니와 송곳니를 발치하게 된다. 어금니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되는 케이스가 있어 가장 심하게 문제를 일으키는 어금니를 우선 발치하고 가능한 본래를 치아를 최대한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일단 발치, 전발치 수술을 진행하게 되면 시행 전 기본신체검사 및 혈액검사, 흉·복부 방사선, 치과 방사선 촬영을 통해 면밀하게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발치 방법은 단순 발치와 외과적 발치로 나뉘는데, 성묘 기준 30개의 치아를 가지고 있고 치아 별로 구조와 난이도가 각각 달라 치아 별, 상태 별로 적합한 발치법을 선택, 시행하여야 한다. 수술 시의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회복 기간까지 고려하여야 환묘에게 최대한 부담 없는 발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술 후에도 치과 방사선 검사를 통해 뿌리까지 깨끗하게 제거되었는지 확인하고 며칠 간의 입원을 통해 보살피며 신부전이 오지 않도록 영양수액을 투여해야 한다. 마취 이후 드러나지 않던 신장질환이 신부전으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 역시 충치 치료를 해도 다른 이에 또 충치가 생길 수 있는 것처럼 고양이 역시 일부 고양이는 전발치 후에도 증상이 남아있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레이저 치료, 면역 치료, 줄기세포 치료 등의 추가적 치료를 요한다. 별 문제 없이 전발치가 잘 이루어졌어도 구강보조제를 먹이는 것도 추천할 수 있다. 치아가 없어지면 음식섭취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 여기고 걱정하는 보호자도 있지만 습식 사료나 주식캔 급여를 통해 충분히 어려움 없이 섭취할 수 있고, 오히려 통증의 해소로 식욕이 늘고 쉽게 활력을 되찾는다.

서경(書經)에 따르면 ‘오복’은 오래 사는 것, 풍요롭게 사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 선행과 덕을 쌓는 것, 생을 마치는 것이 고통없이 평안한 것을 뜻한다. 이른 바 치아 건강이 오복 중 하나라는 말은 그만큼 치아가 건강 전반에 걸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고양이 역시 그러하다. 치아 건강은 고양이에게도 오복 중 하나이다. 아파도 아프다고 잘 표현하지 않는 고양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표현법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갖자. 그래서 슬기로운 치아 관리로 세상 모든 묘생과 견생이 오복으로 가득 차면 좋겠다.

(글 : 하니동물병원 손인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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