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병원양형규대표원장
서울양병원양형규대표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20년 주요수술통계에 따르면 33개의 주요수술 중 백내장, 일반척추질환에 이어 치핵 수술이 3위를 차지했다.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치핵은 한국인에게 흔히 발병하는 질환이지만, 아직도 부끄러운 병으로 여겨 숨기는 경우가 많다.

치질이란 항문과 그 주변에 생기는 질환인 치핵, 치열, 치루를 통틀어 이야기한다. 흔히 알려진 치질은 전체 항문질환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치핵을 의미한다. 치핵은 본래 안에 있어야 할 ‘항문 쿠션 조직’이 부풀고,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항문 쿠션 조직은 대변을 볼 때 대변 덩어리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가 배변이 끝나면 다시 안으로 들어가면서 더 이상 대변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양한 원인에 의해 항문 쿠션 조직이 정상 크기를 벗어나 혹처럼 커지면 항문 바깥으로 빠지는 ‘탈출’이나 그로 인한 ‘통증’, ‘출혈’ 증상이 나타난다.

치핵이 발생하는 원인은 힘을 주며 용변을 오래 보는 습관, 오래 앉아있는 생활패턴, 변비나 설사가 빈번한 경우, 임신과 출산 등이다. 특히 장시간 앉아 생활을 하면 항문 쪽 혈관 압력이 높아져 조직이 튀어 나오기 쉽다. 변비가 있을 경우 힘을 주고 용변을 오래 보기 때문에 치핵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또한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영향으로 변비가 생기기 쉬운데, 이러한 요인들이 치핵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치핵이 발생하면 항문 조직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탈출 현상과 배변 시 출혈이 있다. 이를 방치하면 탈출 현상이 심해지고 통증도 더 악화되어 앉아 있기도 힘들다. 하지만 치핵이라고 모두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치핵 환자의 70~80%정도는 보존요법이나 약물치료, 주사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조직을 밀어 넣어야 할 정도의 심한 중증 치핵이라면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치핵을 비정상적인 조직으로 여겨 수술 시 대부분 절제했다. 문제는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회복기간도 길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치핵을 항문에 꼭 필요한 정상조직으로 여겨 최소한으로 절제하고, 빠져나온 조직을 항문 위로 올려 고정시키는 거상치질수술을 많이 시행한다. 이는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도 빠른 편이라 수술 후 1~2일 안에 퇴원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절제 부위가 적기 때문에 이미 치질 수술을 받아 항문조직을 많이 잘라낸 재발 환자에게도 시행이 가능하다. 단, 환자의 항문 상태와 증상 정도에 따라 수술 시간 및 회복 기간은 상이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치핵을 포함한 항문질환은 평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배변은 가급적 3분 이내로 마치고, 사무직이나 운전을 오래 하는 사람은 수시로 항문을 조여 주는 케겔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과음은 잦은 설사와 변비를 유발할 수 있어 멀리하는 것이 좋으며, 항문에 이상이 있을 때에는 최대한 빨리 병원에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 : 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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