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성모병원 이상철 교수 집도 … 항문을 통해 흉터없이 171cm 길이 장 절제, 세계 첫 사례
지난 2017년 2월 혈변과 빈혈, 전신부종 증상으로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을 찾은 이모(당시 70세)씨는 대장내시경 이후 직장, 상행결장, 구불결장에 각각 독립된 암종이 존재하는 동시성 3중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좌측‧우측 대장과 직장에 각각 3개의 병변이 발생한 경우로 대장암 환자의 0.1% 정도에서 확인되는 희귀한 사례다. 치료를 위해서는 직장과 결장 전체를 잘라내야 하는 크고 광범위한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또한 제거된 직장‧결장을 대신해 소장의 끝부분을 ‘낭(주머니)’ 형태로 만들어 항문의 직상부에 이어붙이는 ‘회장낭-항문문합술’도 추가로 필요한 조건이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상철 교수는 항문을 통한 단일공 복강경수술을 시행, 환자의 몸에 수술 흉터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수술을 마무리했다. 동시성 3중 대장암에 대한 복강경 수술이 항문을 통해 이뤄진 이 수술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 없는 첫 사례다.
과거 20~30cm 가량의 큰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던 대장암 환자의 개복수술이 다공식 복강경 수술, 배꼽을 통한 단일공 복강경 수술로의 발전을 거쳐 ‘경(徑)항문’ 수술까지 이어져 흉터 없는 수술이 가능해진 것이다.
고난도 수술로 손꼽히는 항문을 통한 복강경 대장암 수술은 복부 절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과 연관되는 복벽을 싸는 복막 손상이 전혀 없다. 따라서 통증 감소뿐만 아니라 탈장‧유착 등의 합병증 감소, 조기회복, 미용적인 장점이 있다.
수술을 집도한 이상철 교수는 “장을 다루는 영역에서 가장 큰 범위(171cm 길이의 장 절제)의 수술, 특히 희귀하고 어려운 조건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상처에 밴드 하나 붙일 필요 없는 상태로 수술을 마무리했다는 점은 의료계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환자가 수술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재발이나 원격전이 없이 완치 판정을 받고 원활하게 일생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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