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는 배변시 윤활액이 나와 변이 잘 나오게 하는 항문샘이 6~10개 정도 존재한다. 이 항문샘이 세균 감염 등으로 염증이 생겨 곪는 것이 항문주위 농양(고름)이며 이 농양이 항문의 피부 바깥으로 터져나온 것이 치루이다.
치루 환자는 열이 나고 몸살 기운을 느끼다가 항문 주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곪기 시작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 항문 주위에 구멍이 생기면서 고름이 나오기 시작한다. 고름과 같은 분비물이 계속 옷에 묻어나오게 되고 항문 주위 피부 자극과 통증이 심해 앉기, 걷기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치루는 항문질환 중 가장 힘든 질환이고 장기간 방치하면 변실금을 야기하며, 심한 경우 항문암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다른 항문질환과는 다르게 발병이 되면 반드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재발률도 높고 괄약근 손상 등 후유증 확률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첫 수술’이 가장 중요하다.
치루 치료는 주로 치루관을 절개해 상처를 아물게 하는 절개 개방술을 시행하는데, 이 방법은 재발이 적은 대신 항문 괄약근까지 손상시킬 위험이 어느 정도 있다. 이에 최근에는 괄약근을 가능한 한 보존할 수 있는 괄약근 보존술식을 많이 시행한다.
괄약근 보존술식은 고름관을 분리하여 고름이 나올 수 있는 곳을 폐쇄하는 방법으로, 수술 시 괄약근 보존에 용이하다. 성공률이 높은 편이지만 수술 기술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 의료진을 통해야 높은 수술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루는 보존적 치료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항문 주위 농양이 있었거나 치루 병력이 있는 경우 꾸준한 좌욕으로 항문 주위의 혈액순환을 돕고, 항문 주위를 개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변기에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습관으로 설사 빈도를 줄이는 생활 습관도 치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서울양병원양형규대표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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