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비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정신적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하늘에 검고 짙은 먹구름이 가득 낀 날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드는데, 이는 곧 인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해 우울증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
과거와 달리 우울증은 제법 대중적인 정신 질환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해당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있는 편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대중화 된 탓인지 본인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적은 우울증 증상과 상이해 더욱 발견이 어렵다.
계절성 우울증은 사계절 중 가을과 겨울에 시작됐다가 만물이 피어나는 봄이 되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또 장마철이 찾아오는 여름에 유발되거나 재발, 악화되는 특징이 있고 규칙적인 패턴을 갖고 일정한 시기에 증상이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비 소식이 잦은 장마철 기분이 우울해진다고 해서 무조건 계절성 우울증이라 볼 수 없다.
만약 장마철 비가 내릴 때마다 우울한 기분과 함께 무기력함, 과다수면 증상, 탄수화물을 끊임없이 섭취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과식을 하는 증상, 이 때문에 체중이 갑작스럽게 증가했다면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우울감이 아닌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우울증의 하나인 계절성 우울증은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 수면습관 및 위생을 개선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가장 먼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일조량을 늘리야 한다. 가능한 한 날씨가 좋은 날에는 햇볕을 쬐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약 충분한 일조량 확보가 어렵다면 의료진의 도움 하에 광치료 등을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이와 동시에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해야 한다. 다만 자기 전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어 가벼운 운동이 적절하고 반드시 일정한 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는 수면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 수면을 취하는 공간에는 빛과 소음을 차단하여 더 건강하고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울감, 무기력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일 수 있으므로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보길 권한다.
삼성공감정신건강의학과서현정원장(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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